우본, 전기차 입찰 규격 강화…중소업계 “사업성 떨어져” 포기 검토

발주 물량 1만→1300대 대폭 축소 이어
ABS·에어백 의무 장착 등 비용 부담↑
업계 "의무사항 아닌데 진입장벽 높여"
우본 "집배원 요청…안전성 확보 차원"

우정사업본부의 크게 줄어든 300대 전기차 발주 물량과 강화된 입찰 규격에 일부 업체들이 사업 포기를 검토하고 나섰다.

당초 우본은 지난해 4000대, 올해 5000대 전기차 도입을 계획했지만 지난해 발주는 없었고 올해도 300대만 발주하기로 정했다. 발주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도입 차량 안전사양을 대폭 강화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일부 규격을 개정한 '우편사업용 초소형 전기차 규격'을 초소형 전기차 업계에 통보했다.

우본의 새 입찰 규격에 따르면 차량 내 미끄럼방지제동시스템(ABS)·에어백 의무 장착을 비롯해 적재 공차중량을 기존 100kg 이상에서 150kg 이상으로 늘렸다. 또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 전기차 전용부품 하자보증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이전과 비교해 안전장치 등 업체들이 추가로 갖춰야 할 항목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이에 우본 사업에 참여해온 마스타자동차·대창모터스·쎄미시스코 중에 두 곳이 사업 참여를 포기하거나 올해 입찰 공고에 가격과 물량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는 부정적인 방침이다.

당초 발주 예정 물량이 4000~5000대에서 300대로 줄어든 데다 입찰 규격이 강화되면서 비용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에어백과 ABS 장착으로 차량당 제작비가 이전보다 100만원 이상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에어백·ABS 개발까지 수억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초소형 전기차 업체들이 망설이는 이유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친환경 배달장비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기차 시승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친환경 배달장비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기차 시승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초소형 전기차에 에어백 장착은 국토교통부 기준에도 없고, 다른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준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업체 한 대표는 “국토부 규정에는 최고속도 80㎞/h인 초소형 전기차의 ABS·에어백 장착은 의무사항이 아닌데, 우본이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정한 안전기준이면 당연히 하겠지만 법·규정이 없다 보니 발주자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우본에 안전기준 강화에 따른 업계 입장을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우본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300대를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수요조사에 따라 일부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ABS·에어백 장착은 실제 집배원들 요청에 따라 안전을 위한 것일 뿐 앞으로도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필요한 곳에 초소형 전기차를 지속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BS·에어백 등 의무장착은 이미 2년 전부터 예고한 사안으로 새로운 기능이 들어간 만큼 당장 물량을 크게 늘리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우본은 당초 2019년에 1000대, 2020년 4000대, 2021년 5000대 등 올해까지 총 1만대를 도입할 계획을 밝혀왔다. 그러나 실제 운영 물량은 2019년 1000대를 합쳐 올해까지 1300대로 예상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