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운임 상승으로 호황기에 진입하자 '트라이앵글'로 묶인 조선과 철강업계에 낙수 효과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해운재건 정책으로 조선업과 상생을 지원한 것이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1만2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선박은 총 445만CGT다. 같은 기간 전체 선종 발주량이 560만CGT인 것을 감안하면 약 80%가 대형 컨테이너선에 집중된 것이다. 이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311만CGT를 싹쓸이 수주했다.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비율은 70%에 이른다.
선주사들 발주가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몰린 것은 해운 업황 회복 때문이다. 실제 컨테이너선 운송 15개 항로 운임 종합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컨테이너박스 부족 등 수급 이슈가 두드러진 작년 말 23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16일 기준 2833.42까지 치솟았다. 특히 '에버기븐호 길막'으로 수에즈 운하가 막혔던 최근에는 3주 연속 올랐다.
최근 운임 강세는 전방위적이다. 유럽과 미주 동·서안 등 세계 어떤 해운 항로도 가리지 않는다. 상하이쉬핑익스체인지가 발표하는 컨테이너 운임 종합지수는 지난 16일 기준 1853.53을 기록했다. 전주 1858.01보다 0.2%포인트 하락한 것이지만, 작년 상반기 600선을 오갔던 것을 감안하면 200% 안팎 상승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대형 컨테이너선 제조 기술에서 경쟁국 대비 앞서 있다는 평가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LNG 대형 컨테이너선 기술력은 경쟁사를 압도한다. 조선 3사가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싹쓸이한 배경이다.
압도적 수주 이면에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업황 악화로 국내 조선업계가 침체기를 겪자 2018년부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조선업계를 집중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해운사에 새 선박 200척과 노후선박 교체용 50척 등 신규 건조를 지원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낙수 효과'를 유도한 것이다. 또 선사와 화주, 조선사가 함께 선박 신조에 투입하는 1조원 규모 상생펀드를 조성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추진 당시 정부는 핵심 목표를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 육성을 통한 조선·수출입 산업과 상생협력'으로 명시했었다”면서 “당시 수주 가뭄이었던 조선사들이 불황을 극복할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되살아난 조선업계에 철강업계 이익도 증가할 전망이다.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에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을 납품한다. 국내 업계 1위 포스코는 조선 3사와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가격을 10만원 이상 올리는데 합의했다.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각각 요구한 톤당 13만원, 톤당 7만원 인상안의 절충안이다. 현재 현대제철도 포스코 인상안을 기준으로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후판 가격 인상은 기정 사실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16일 기준 톤당 175.64 달러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86.2 달러 대비 배 이상 뛰었다. 추세가 지속될 경우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후판 가격에 반영, 수익을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어려우면 조선·철강 등 관련 산업도 악영향을 받는다”면서 “해운재건 5개년 정책을 통한 해운업과 조선업 지원이 현재 '트라이앵글' 호황 사이클 수혜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