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민 통합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한 것에 대한 답이다.
국민의힘 출신 오 시장과 박 시장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문 대통령이 야당 인사들만 청와대로 초청해서 오찬을 함께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주 대규모 개각을 단행하며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방역과 부동산 정책에서 국내 1·2위 도시인 서울, 부산과의 협력을 넓혀 가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상황에 대해선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된 일은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두 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 문제(사면)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면서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혔다.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서울 단독으로라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뜻이다. 이보다 앞서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32년 하계올림픽을 서울시와 평양시가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호주 브리즈번을 우선 협상지로 선정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포기는 이르다”면서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확정한다면 서울-평양 공동 개최가 어렵지만 아직 북한이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에 서울 단독 유치 의사를 전했다. 우선 서울 유치를 추진하고 추후 평양은 공동 주최 쪽으로 설득하는 방안이다. 2032년 올림픽 개최지는 아시아에 쿼터가 지정돼 있다.
오 시장은 아파트 재건축 기준 완화도 요청했다. 최근 직접 다녀온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재건축이 절박한 현장, 대표적으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특정해서 꼭 한번 직접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재건축 기준 완화 부작용을 언급하면서도 국토교통부 등이 서울시와 더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필요하면 현장을 찾아가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오찬에는 문 대통령과 두 시장 외에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번 개각에서 새롭게 임명된 이철희 정무수석도 함께 했다.
오찬 직전 청와대 상춘재에 도착한 박 시장과 오 시장은 이 수석과 담소를 나누며 문 대통령을 기다렸고, 문 대통령은 유 실장과 함께 상춘재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두 시장과 주먹인사를 나누며 인사했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원형테이블 왼쪽 편에 박 시장과 유 실장, 오른쪽 편에는 오 시장과 이 수석이 서서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두 시장에게 “날씨가 좋다. 취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취암하셨다. 나도 당선되고 곧바로 취임했다”고 말했다. 두 시장은 민주당 소속 시장의 부재로 치러진 보궐선거로, 문 대통령은 전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을 거쳐 각각 시장과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두 시장은 “귀한 자리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갖고 4·7 재보궐선거 패배를 위로했다. 만찬은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와인도 곁들여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두 후보에게 “고생했다”는 취지의 위로를 전했다.
두 후보는 선거 현장에서 느낀 민심을 전했고, 문 대통령은 “힘들죠. (선거가) 힘들었죠”라는 등의 답을 했다고 전해졌다.
두 후보는 또 문 대통령에게 “임기 끝까지 경제현장을 잘 챙겨달라”는 등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