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반도체 업계 기업결합 심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대해 상반기 내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장에선 기업결합 심사에 긍정적 기류를 감지하고 있다. 낸드 부문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 이번 기업결합 심사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위는 21일 '반도체 주요 사업자 간 기업결합 심사 동향'을 발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 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SSD는 낸드플래시에 기반한 대용량 저장장치다.
공정위가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상반기 내 마무리할 가능성이 짙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심사 진행단계상 상반기 내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해 낸드 시장 점유율이 23%를 넘어 글로벌 2위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11.6%)와 인텔(11.5%)의 낸드 시장 점유율의 합은 23% 정도다.
1위 사업자 삼성(32.9%)의 격차, 3위 이하 사업자들과 점유율 차이 등을 고려하면 각국 경쟁당국이 이번 인수로 경쟁제한 상황이 생긴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적다.
현재 미국은 이 기업결합을 이미 승인했고 한국, 유럽연합(EU), 중국,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 대만 등 총 7개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각국 경쟁당국의 판단과 독립적으로 검토, 승인여부 판단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시 조사한 인수 취지를 보면,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부진한 낸드플래시 부문을 보강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은 전체 매출의 10% 미만에 불과한 비주력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밖에 당국은 미국 반도체 제조기업 AMD의 자일링스 인수합병,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인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주식 취득 관련 심사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최근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맥심 인수, 글로벌 웨이퍼스의 실트로닉 인수 건을 심사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보고 모두 승인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