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바이든에 북미정상회담 요구...북한·기후협력에선 中과 협력 촉구

지난 16일 청와대서 NYT 인터뷰...NYT, “文, 트럼프-김정은 만남 중재 자랑스러워해”
문 대통령,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해”
바이든에는 트럼프-김정은 합의 2018년 싱가포르 선언 폐기하면 안된다고 '경고'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갖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에 시동을 걸어줄 것을 요구했다. 또 미국이 북한 및 기후변화 등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도 촉구했다.

NYT는 21일 문 대통령과 단독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 같이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NYT는 기사에서 “미국을 향한 문 대통령 메시지는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비핵화는 우리나라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NYT는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편으로는 청원, 또 한편으로는 설득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북미 사이 중재자 역할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두 명의 예측 불가능한 북한과 미국 지도자를 직접 만나도록 이끌은 2018년의 능란한 외교적 묘책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정상이)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NYT는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 및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타 세계적인 관심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초강대국간의 관계가 악화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 있다”며 “만약 미중간의 갈등이 격화된다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간 회동 직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간 회동 직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탑다운(하향식) 외교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타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가들이 상사의 승인을 구하기 전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옥신각신하는 전통적인 바텀업(상향식) 접근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결정들을 뒤집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NYT는 문재인 정부 시각에서 북한이 미 정부에 대한 유일한 협상카드를 잃지 않기 위해 핵무기들을 한 번의 신속한 합의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이에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고안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NYT는 이 같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 자신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뿐 아니라 자신의 최대 외교적 유산을 구하고자 급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한미방위비 협상에 대해선 “과도한 금액”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타당하고 합리적인 산정 근거가 없는 그런 요구였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실패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실패 토대 위에서 서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 나간다면 나는 양측이 해법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