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더해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근래 들어 환경문제는 너무 자주 들먹여서인지 경각심이 떨어진 듯하다. 동시에 친환경 자동차, 친환경 발전, 친환경 기기 개발과 사용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대표적 친환경 장치를 꼽으면 전기차와 수소차일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전기차는 완전한 친환경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수소차도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화학공정이나 제철공장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도시가스를 개질해서 만든 수소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 '그레이(회색) 수소'라 부른다.
또 하나는 그레이 수소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걸러낸 일명 '블루수소'다.
마지막은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서 만든 수소, 일명 '그린수소'다. 그나마 완벽한 친환경 수소라 한다면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그린수소'라 할 수 있다.
미래의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 공급체계는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서 수소를 만든 후 이 수소를 수소 충전소와 발전소, 병원 등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려면 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운송과 저장 등 단계별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해상에 풍력단지를 조성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와 해수로 수소를 만들어서 육지로 보내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면 친환경 그린수소 생산 공급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문제는 수소를 실어 나를 때 여러 기술과 특수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가져오려면 엄청난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저장탱크와 특수선박, 육지에서는 특수 운송용 튜브 트레일러 또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비용과 시간이 적잖게 소요된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작은 물질이기 때문에 저장탱크나 수송 파이프 조직도 조밀해야 한다.
더 어려운 점은 지역 주민의 수용성 부족, 즉 님비현상으로 인한 수소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이다. 수소충전소나 발전소가 폭발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주민이 결사 반대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이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어렵게 계획한 사업이 난관에 부닥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소를 운송할 때 선박이나 수송용 트레일러, 파이프 등이 필요없다면 수소 안전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그 해결책의 하나로 그린수소를 전선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단지는 해상을 비롯한 원격지에 있고, 실제 수소 수요 지역은 그로부터 수십~수백㎞ 떨어진 도심지다. 전선을 활용하면 먼 거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직류로 도심지 수소 스테이션에 보내고, 여기서 그린수소를 곧바로 생산해서 저장한 뒤 필요한 장치에 직접 공급할 수 있다. 기존 수소 운송 선박이나 트레일러, 파이프라인을 건너뛸 수 있다.
수소 운송의 위험성은 물론 비용도 크게 줄어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방식은 새로운 기술을 크게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짙다. 실제로 한국전기연구원은 해당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송전 기술인 직류 그리드를 통해 전기와 수소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계될 것이고, 다가올 수소 시대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전기연구원 송기동 전력기기연구본부장 kdsong@k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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