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기가 인터넷 논란이 남긴 교훈

“지속적으로 10Gbps신호를 쐈으니 그럴 리 없다.” “속도 오류가 확인된 고객에겐 개별 안내를 통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요금을 감면해 주겠다.”

10기가 인터넷 논란에 대한 KT의 대처다. 부정, 추측, 감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처에서 KT가 고객을 '시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마저 든다.

고객은 시장 이상의 동반자다. 고객은 똑똑해졌다. 커뮤니티에서 덤터기를 씌우는 대리점 좌표를 공유하고, 이동통신 요금제를 비교할 정도다.

똑똑한 고객은 마땅히 받아야 할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때 행동하고 연대한다. 한 유튜버가 “일반 고객은 인터넷 속도를 측정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일반 고객들 가운데 속도를 측정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고객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요금제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KT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분노한 것이다.

“이상 없다”라는 KT의 획일적인 답변에서 고객들은 '설마 진짜 측정을 해보겠어'라는 통신사의 마음가짐을 읽었을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태가 커지자 그제야 “보상하겠다”는 데에서 고객들은 억울함과 모멸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고객들은 당장의 10기가 인터넷 요금 감액이 아니라 재발 방지, 속도 저하에 대한 원인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을 외면하고 실수를 부인하기보다 담대하게 인정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받아들여서 이를 소화해 내야 한다.

고객을 제대로 알아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정보 접근과 활용에 유능해진 소비자는 기업 발전을 위한 좋은 동반자라 할 수 있다. 10기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월 8만8000원짜리 고객을 넘어 아이디어와 자극을 제공하는 동료이다.

이들이 시장 곳곳에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이들 고객은 기업 발전에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

10기가 인터넷 논란을 원만하게 수습한다 하더라도 고객을 동반자로 포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한시라도 잊으면 안 된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