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가치 없고 투기성 강한 자산이라고 규정하는 시각은 신산업 관점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암호화폐 생태계는 변화하는데 국내는 이를 통한 서비스나 상품 출시 등 관련 시장 성장성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방향성보다 투기에 대응하는 발언만 내놓고 있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암호화폐 접근법을 비판하는 배경은 청년세대가 '코인광풍'에 책임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가상화폐로 '한탕'을 노리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정부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식의 발언은 산업 양성은 물론 투자자 보호와도 동떨어져 있다.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은 앞으로 암호화폐를 새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등 가치를 활용할 가능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암호화폐 '광풍'이 부는 현상, 즉 젊은 층이 코인에 몰리는 배경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처럼 자산을 형성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청년세대)이 어느 세월에 10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다. 이들은 월급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를 열고 있다. 투기로 오른 집값이 또 다른 투기를 부르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든다.
암호화폐를 화폐가치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세금을 걷는 행위도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러들일 것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소득세법에 따라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가운데 250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을 거두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에 창업 중소기업의 세액 감면 혜택을 끊었다. 세법개정 전에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소벤처기업으로 분류하고 창업 중소기업 세액 감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창업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5년 동안 소득세나 법인세를 50∼100% 감면해 줬다. 입장이 바뀐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만 최소 몇 백만명에 이른다. 거래 규모도 하루 수십조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은 커지고 있다. 정부의 '투자에 대한 일회성 경고'는 투자자 보호나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 산업 발전에 나침반이 되지 못한다. 이제는 정부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산업 시각에서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제시할 때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