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직 해임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 불씨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은 도쿄지방법원 패소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한일 롯데그룹 정점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맡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준법 경영 의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신속하게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도쿄지방법원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법에 따라 형사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롯데홀딩스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사로 선임했으므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연달아 패했음에도 여전히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롯데 음해 공작인 '프로젝트L'로 인해 일본 주주들의 신임과 한국에서 지배력을 모두 잃은 신동주 회장이 다시 경영권 흔들기에 나선 까닭은 최근 부친의 지분 상속으로 롯데홀딩스 의결권 지분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광윤사 의결권 지분율은 31.49%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지분 과반을 보유했다. 여기에 신동주 회장 본인 소유 지분 1.82%를 합하면 33.31%의 의결권 지분율을 행사할 수 있었다. 다만 최대주주 역할은 하지만 의결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준인 지분율 3분의 1 이상(33.34%)에는 못 미쳤다.
그러나 최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중 0.17%를 상속받으면서 의결권 지분율이 33.48%까지 확대됐다. 수치로는 소폭 상승이지만 결과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에 대한 키를 신동주 회장이 쥐게 된 것이다.
일반결의는 3분의 1 의결권만으로도 가결이 되는 만큼 신동빈 회장은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일 롯데그룹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별결의 사안은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하다. 특별결의 사안에는 주식발행이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관변경, 합병과 관련된 주식변경, 이사회 내 임원 해임 등이 포함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자회사 군(群)인 L투자회사와 함께 한국 롯데 중간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 97%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호텔롯데 및 롯데렌탈 등 롯데홀딩스 지배력 내 있는 국내 계열사의 주요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신동주 회장의 의결권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벼랑 끝에 몰렸던 신동주 회장 입장에선 신동빈 회장과 협상 여지가 생긴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에서 판결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이 현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소송을 중단해 롯데가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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