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국가 기반 시설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AI로봇 운영 시스템을 구현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케이아이와 함께 청주 오창 공동구 전력구간에 천장 레일 공사를 마치고 인공지능(AI) 로봇 1대를 투입해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고 28일 밝혔다. 추후 AI 로봇 1대를 추가 설치해 내부 타 구간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공동구는 전기, 통신, 가스 등 도로 지하 매설물을 공동 수용한 시설이다. 2018년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사고와 그 여파로 전 국민에게 그 중요성이 알려져 있다. 공동구에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정확한 재난 위치와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화재시 소방관 진입이 어렵다.
연구진은 상황 선제 조치를 위해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로봇이 영상, 열화상, 온도, 습도, 산소,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을 관측해 실시간으로 관제센터에 모니터링 정보를 제공한다.
AI 로봇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30분 무선충전으로 10㎞를 갈 수 있다. 레일 끝에 무선충전 스테이션이 있어 넓은 지하 공동구를 문제없이 점검한다.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뒤로 물러나 재확인하는 등 움직임도 지능적이다.
기존에는 공동구 근무자가 매일 도보로 움직이며 육안 및 설비를 이용해 점검하는데 약 2시간 반 이상이 걸렸다. AI 로봇은 이를 최대 3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점검 순찰 과정을 무인화, 자동화해 징후를 선제적으로 알아내고 사고 발생시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로 △재난요인 및 위험인자 사전 인지를 통한 초기 예방 조치 △재난 발생시 정확한 현장 상황 및 피해예측 정보공유 기반 신속 현장 대응 △관할 소방서·군·경찰과 연계한 디지털 트윈 기반 현장 상황 정보 공유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발 기술은 민간 공동구나 지하철, 지하상가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시범 적용에서 얻은 데이터 분석 결과와 현장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증 지역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향후 연구진은 2023년까지 복합형상이상감지장치, 피해확산예측 및 의사결정지원 플랫폼, 가상·증강현실(VR·AR) 기반 통합상황관리 소프트웨어(SW) 등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사업 총괄책임자인 정우석 ETRI 재난안전지능화융합센터장은 “국가안보는 물론, 사회기반시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지하 공동구를 지능형 융복합 기술로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실증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공공안전을 더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사회기획과장도 “이번 기술이 재난안전관리체계를 지능화하고 스마트시티·자율차 등 신산업 활성화 기반 기술로 활용돼 안전한 대한민국을 실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동진 행정안전부 환경재난대응과장은 “국가핵심기반시설인 지하 공동구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화재재난 발생 시 초동 대응이 가능한 AI 로봇을 설치 운영함으로써 국민들께 안전하고 편리한 도심 생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정부 부처와 청주시,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힘을 합쳐 지하 시설물에서 발생 가능한 시설물 재난 상황 예측, 전조 감지,능동 대응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얻을 수 있었다.
참여 기관 중 하나인 케이아이는 ETRI 창업기업으로 1998년부터 AI와 로봇을 아우르는 기술력을 축적해 세계적 수준의 AI 로봇 기술을 확보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