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강세로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2분기에도 서버 및 PC용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상승할 전망이다. 타이트한 반도체 제조 장비 공급에 대응해 내년 설비 투자 일부를 올해로 앞당겨서 진행하는 점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28일 지난 1분기 매출액 8조4942억원, 영업이익 1조3244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66%씩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올 초 반도체 시장 업황이 좋아지면서 전년 동기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보통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PC와 모바일에 적용되는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호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이후 시장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인텔의 서버용 신규 중앙처리장치(CPU)가 본격 양산되면서 하반기 서버 교체 수요가 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문화가 정착하면서 PC 및 전자 기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담당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고객사 수요가 지속적으로 연초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이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생산성 향상과 재고 활용으로 수요 오름세에 총력 대응할 예정이다. 공정 개선과 수율 향상이 이뤄진 최신 10나노급 3세대(1z) D램, 128단 낸드플래시 등으로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세계 반도체 시장 투자 활기로 SK하이닉스도 설비 투자 계획을 조율한 점도 눈에 띈다. 이날 회사는 내년 설비 투자분의 일부를 올 하반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수년간 이어온 보수적인 설비 투자 기조를 올해에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인텔, TSMC, 난야 등 국내외 대형 반도체 업체의 적극적인 설비 투자로 기존 핵심 제조 장비 수급 계획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 투자 방침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측은 “길어진 장비 설치 기간 등을 고려해, 팹으로 들여오는 시간이 긴 장비는 지난 1분기 말 구매주문(PO)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보다는 다소 증가하지만, 생산량 증가는 내년에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실적발표에서는 최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밝혔던 파운드리 투자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첨단 12인치 파운드리 공정보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 지분 투자에 참여한 키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종원 담당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보며 대형 반도체 업체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8인치 웨이퍼용 파운드리에 집중된 사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세대 D램인 10나노급 4세대(1a) 제품 양산 준비도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는 1a D램 1개 레이어에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회사 신규 팹인 M16에서 올해 안에 첫 생산될 예정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