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여야 대응이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속도조절에 들어간 반면, 국민의힘은 암호화폐TF 구성에 착수, 제도권으로 들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 여당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하는 피해자 보호는 필요하지만, 제도권 포함과 과세 문제와 관련해선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8일 정부와 소통하며 암호화폐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계획을 언급, 우선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수십조원이 제도적 미비로 인해 불법행위와 불공정행위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 당정간 이견이 없다”며 “총리, 금융위원회 등과 소통하며 불법행위 단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피해자 보호와 함께 입장 정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화폐로 보는 분, 금융으로 보는 분부터 시작해 실체가 없다고 하는 분까지 있기 때문에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300만명 가까이 시장에 뛰어든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나지 않게 이들을 보호하는 건 국가와 정부 의무”라고 했다. 이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개정안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신고 절차를 거쳐야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금법은 9월 24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암호화폐 관련 특위를 구성하는 등 투자자 피해 및 과세 문제에 적극적이었지만,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당 일각에선 암호화폐 제도 필요성과 과세 유예 주장 등이 나오며 당정간 이견을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련 논의도 정부 쪽에서 해당 부처를 확실히 정할 때까지는 정책위 차원에서 문제를 다룬다는 기조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과세 유예 여부에 대해서도 내년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정책위 논의를 통해 심도있게 처리하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TF 구성에 착수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을 팀장으로 정무위,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 중심의 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의원실은 “정무위와 기재위 소속 위원들과 암호화폐 관련 전문성이 있는 의원을 TF에 영입할 예정”이라며 “TF 구성이 완료되면 관련 제도 수립 및 과세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피해자 보호조치와 함께 거래소 운영 기준 등 제도 수립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조치들이 이뤄진 후 과세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TF의 구성 및 본격적인 활동 시기는 30일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뒤인 다음주 정도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암호화폐 투기자산 인식과 거래소 폐쇄 발언 등으로 혼란이 야기된 상황”이라며 “암호화폐 투자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등과 함께 특별법 여부, 과세 논란 등을 TF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