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6>저작권 보호기간이 적절한가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 저작권법이 제정돼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저작권에 대한 보호가 매우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 저작권은 문학작품, 그림, 사진, 영화, 건축물 등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저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도 저작권 보호 기간은 아직도 창작자 생존 기간 및 사후 70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학·예술 작품 등에 비해 디지털 창작물들의 수명주기는 매우 짧아서 생존 기간 및 사후 70년이라는 보장 기간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법은 보호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돼 왔지만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매우 길어서 극히 일부 창작자만 이익을 누리고 있다. 또 창작자 생존 기간에는 저작권을 보장하는 것이 마땅해 보이지만 사후 70년의 긴 보호 기간을 보장함으로써 자녀 및 손자들이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가 하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법은 15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개발해 어문저작물 복제가 가능하게 되면서 생겨났다. 영국에서는 1710년 앤 여왕 때 저작물에 대한 보호 기간을 14년으로 규정했으며, 저작자가 생존해 있으면 보호 기간을 14년 더 연장해 28년 보장해 줬다. 이후 여러 번의 법 개정을 거쳐 1995년에 보호 기간이 생존 기간 및 사후 70년으로 연장됐다.

미국에서는 1790년에 저작권법이 제정됐으며, 영국과 같이 최초 보호 기간을 14년으로 하고 이후 14년을 연장하는 형태를 취했다. 1831년에는 아예 28년으로 연장됐다. 이후 1900년대 들어서는 1909년에 28년의 갱신 기간이 추가됐으며, 1962년에는 47년으로 늘어났다. 1976년에는 갱신시스템을 포기하고 저작자 생존 기간 및 사후 50년으로 변경했다. 1998년에는 유럽연합(EU)의 압력을 받아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자 생존 기간 및 사후 70년으로 연장했다.

독일은 1847년 저작권법을 제정했으며, 생존 기간 및 사후 30년으로 보호 기간을 설정했다. 1934년에는 생존 기간 및 사후 50년, 1965년에 생존 기간 및 사후 70년으로 연장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1957년에 제정됐으며, 당시 생존 기간 및 사후 30년으로 규정했다. 1986년에는 생존 기간 및 사후 50년으로 보호 기간이 늘어났으며, 2011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생존 기간 및 사후 70년으로 연장됐다.

1800년대 후반 들어와 국가 간 무역이 늘어나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저작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1886년 유엔 산하 기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회원국 중심으로 베른협약이 체결됐다. 협약 제1조에는 '이 협약이 적용되는 국가들은 자국의 문학·예술적 저작물상 저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동맹을 구성한다'라고 밝히며 저작권에 대한 초(超)국가 간 보호가 가능하게 됐다. 이 조약에 따르면 저작권 보호 기간은 생존 기간과 사후 최소 50년을 보장해야 한다. 많은 국가가 이 협약에 따라 50년의 보호 기간을 설정했다. 그러나 독일이 선도적으로 보호 기간을 70년으로 설정하면서 많은 국가가 동조하게 됐다.

저작권은 특허, 상표, 디자인을 포괄하는 산업재산권과는 달리 인간의 지적 창작물에 대한 본연의 독창성(originality)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적 장치이다. 그러나 1900년대 이후 이를 상업화함으로써 거대한 산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나의 저작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투자, 관리하기 위한 비용 등이 많이 지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 물건이나 서비스 수명 주기가 몇 년이 채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저작물에 대한 보호가 너무 과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저작물 등 종류에 따라 특허나 디자인 보호 기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이고, 등록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한유진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전공 교수
한유진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전공 교수

한유진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전공 교수 yjhan@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