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물산업을 국가 미래를 이끄는 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디지털 혁신과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시대 요구에 부응해 물산업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 같은 노력의 사례로 최근 발표한 '옛 대덕정수장' 활용을 꼽았다. 대덕정수장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한때 대전시민의 음수 공급원이었다. 수자원공사는 환경부, 대전시 및 지역 대학인 KAIST·충남대와 함께 열린 시민공간이자 혁신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옛 정수장 시설을 일부 보존하고 이곳에 식당, 카페 등을 열어 시민에게 개방하는 한편 젊은 청년에게는 기업을 만들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물산업을 책임지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선택한 혁신적 실험이다.
박 사장은 “대전은 연구단지가 집적해 연구 인력과 젊은 인재가 풍부하다”면서 “프랑스 파리의 '스테이션F', 중국 베이징 '중관춘' 같은 스타트업 창의 공간이 마련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자원공사는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함께 금융투자도 진행한다. 올해는 충청지역 뉴딜 펀드 일환으로 350억원 모펀드를 조성하고 민간투자를 포함해 450억원 이상 규모 벤처펀드를 출범한다.
지역적으로 특화된 물관련 신사업도 추진한다. 춘천과 같은 한강 상류에는 수열에너지·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부산의 경우 에코델타시티를 중심으로 친환경 물산업 도시가 조성된다. 그는 국내에서 기술이 축적되면 공적자금원조(ODA) 등을 통한 국내기업과의 글로벌 동반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물안전과 물복지를 책임지는 공기업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댐관리 등 물안전 관리에선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다. 먼저 지난해 홍수 피해를 많이 입은 섬진강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다.
박 사장은 “섬진강을 디지털 트윈이란 가상현실로 재현하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면서 “실제 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재난을 예측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섬진강 디지털 트윈 구축을 마치면 여러 유역에 분포된 다른 댐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드론·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댐 수량-수질-안전 관리체계 구축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먹는 물 안전과 직결되는 정수장과 관망관리에도 스마트 관리체계(SWM)를 확산한다.
강 상류 수질-수량에 대한 통합 모니터링으로 상수원 수질오염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통합감시체계를 구현키로 했다. 특히 올해부터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지는 만큼 수량-수질 조사 및 감시체계를 보다 촘촘히 마련한다.
또 수돗물 공급 전과정을 AI·ICT 기반으로 구축해 사고 예방과 신속한 사고대응으로 수돗물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취수원 및 정수장 관리 강화로 국민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공사는 사내 '탄소중립 컨트롤타워' 수행조직을 신설하고 수상태양광, 수열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올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 기업을 운영하는 RE100에 가입했다.
박 사장은 “공공기관 중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것은 국내외 물관리 전문기관 중 유일하다”면서 “댐 유역 및 수변구역 생태공간 조성 등을 통해 자연·생태 기반의 흡수원을 발굴해 '환경 친화적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공사가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그린수소 사업에도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