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정유성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심층 학습(딥러닝)을 통해 고활성 백금 와이어 수소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백금은 연료 전지에 쓰이거나, 물 전기 분해로 수소를 얻는 데 사용되는 중요 촉매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기술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백금을 톱니 와이어 모양으로 합성, 백금 양을 10분의 1로 줄이는 연구들이 발표됐지만, 그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았다.
정유성 교수팀은 복잡한 촉매 표면 성질을 빠르게 예측하는 딥러닝 방법을 고안, 해당 촉매의 높은 수소 활성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규명한 메커니즘은 기존에 알려진 촉매 직관을 깨는 새로운 것이다. 수소 발생은 물에서 양성자를 받아 수소를 흡착시키는 반응, 흡착 수소 원자들이 결합해 수소 분자가 형성되는 짝지음 반응 2단계를 거쳐 일어난다. 이 두 반응은 일반적으로 같은 '반응 자리'에서 일어난다.
새롭게 발견된 메커니즘에 의하면 톱니 백금 표면에서는 울퉁불퉁한 구조 탓에 흡착 반응이 잘 일어나는 반응 자리, 짝지음 반응을 잘 일으키는 반응 자리가 따로 존재한다. 이 두 자리 상승 작용으로 촉매 활성이 400% 이상 증가한다.
분업화로 일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같은 개념이 분자 세계에서도 존재하는 것이다.
정유성 교수는 “분자 수준에서 분업을 통해 전체 반응 효율을 높이는 개념들이 기존에도 있지만 단일 성분인 백금에서 구조에 따른 분업 현상이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단일성분 촉매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촉매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