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8월 본격화하는 가운데 제2금융권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시중은행·빅테크 등이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안신용평가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량한 제2금융권 고객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시중은행이 금융결제원과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는 등 대환대출 시장 확대 정책을 세우면서 캐피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는 8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이 가진 정보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해 금융 사각지대에 있던 금융 취약계층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자영업자, 프리랜서란 이유로 신용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많았다”면서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안신용평가가 도입되고 대환대출 역시 간편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제1금융권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는 이런 정보를 머신러닝 등 정보기술(IT)을 활용, 금융정보는 물론 소비패턴 등을 기반으로 대안신용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까지 무한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면 사업권을 획득하지 않은 업권까지 그간 고유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자사 금융업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캐피털, 저축은행의 우려가 크다. 금리인하 여력이 큰 시중은행이 대안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한 우량고객 확보에 나선다면 상대적으로 금리경쟁력이 낮은 제2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을 많이 한 은행에 인센티브 등을 약속하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피털사 고위 관계자는 “금리인하 여력이 큰 시중은행이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인신용평가를 실시하면 제2금융권을 우량 고객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경쟁력이 낮은 제2금융권의 경우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출혈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빅테크 진출도 경계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시장에 진출한 상황에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빅테크가 이 시장에 추가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 빅테크 등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면서 “소비자 관점에서 경쟁구도가 다양해지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업계 입장에선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법정 상한금리 인하로 중금리대출 금리까지 낮아진 상황에 대환대출 시장이 확대되면 우량 고객 이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은행·빅테크, 대안신용평가 모델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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