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최근 관련 신사업 준비를 줄줄이 중단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투기성 자산으로 널리 인식되면서 사회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어 지금까지 쌓아올린 브랜드 신뢰성과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민앤지는 그동안 준비해온 암호화폐공개(ICO) 사업을 중단했다. 간편결제 솔루션으로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돼 핀테크 시장에서 주목받은 페이민트도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준비했으나 진출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핵심 기술로 사용하는 새로운 가상자산이다. 은행 없이도 디지털로 화폐를 만들 수 있어 테크핀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페이스북, 구글, 텐센트, 아마존 등 대형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자체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글로벌 지급·송금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국내 핀테크 기업도 관련 시장 진출과 기술 개발에 관심이 크다.
상대적으로 금융인프라 발전 속도가 늦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디지털화폐 발행에 따른 효과가 큰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암호화폐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투자를 넘어 변동성이 극심한 투기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핀테크 기업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암호화폐의 높은 투기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도 적극적인 신사업으로 추진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편현금결제 기업 세틀뱅크 모회사인 민앤지의 경우 블록체인 기업 블로코와 합작해 2018년 블록체인컴퍼니를 설립했으나 지난해 관련 지분을 정리하고 이 사업에서 빠졌다. 블록체인컴퍼니와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비뱅크'를 개발·상용화하는데 참여했지만 비뱅크 서비스는 지난해 종료했다.
민앤지는 암호화폐 기업 코인큐 지분도 9.91% 보유하는 등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 가능성을 살폈다. 현재 관련 사업은 미미하다.
민앤지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인데다 신뢰가 중요한 개인정보 인증·보안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자회사인 세틀뱅크도 금융결제사업을 하고 있어 그동안 쌓아온 기업 신뢰도와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블록체인은 민앤지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판단해 일찌감치 관련 사업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로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된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민트도 관련 시장에 진출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사는 기존 가맹점에 설치된 결제단말기(POS)를 블록체인 노드로 활용해 블록체인 상에서 암호화폐를 발급하고 신용카드처럼 결제해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실제 사업화하지는 않았다.
페이민트 관계자는 “암호화폐공개(ICO)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계속 금지하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다”며 “주력사업인 비대면 결제 서비스 '결제선생'의 가맹점 확대와 기존 사업 고도화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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