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에 국내 최고 '부호'로 있던 만큼 유족이 감당해야 할 상속세 역시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납부해야 할 상속세만 12조원.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상속세로 10조원 이상 납부한 부호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세율(50%)이 적절한지 논란이 분분하다. 상속세율이 높다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6%의 두 배에 달하고 미국(40%), 영국(40%) 등 선진국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매각되거나 적자기업으로 전락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상속세 취지가 '부의 세습' 보완에 목적이 있는 만큼 유지하자는 목소리도 크다. 이들은 공정한 부의 대물림은 필요하다는 견해에도 공감한다.
![전자자동차부 정용철 기자](https://img.etnews.com/photonews/2105/1409622_20210503185733_636_0001.jpg)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은 경영 활동 동기 부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오히려 탈세와 편법 증여를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상속세가 경영권 유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고용과 경영을 유지할 경우 중·장기로 상속세 감면이나 유예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상속세율을 떠나 어떻게 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납세 의무만 지키라고 하면 동기 부여가 약해진다. 당연히 내야 하지만 어디에 쓰는지 명확하게 되면 납세와 징수라는 목적을 두게 된다. 상속세를 단순한 국가 재원 충당이 아니라 '목적세'로 활용하면 어떨까. 목적세는 특정 목적을 위해 징수하고 쓰이는 세금이다. 거두는 목적이 분명한 만큼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애초에 상속세가 공정한 부의 대물림 대가라면 이 세금을 출발선조차 공정하지 않은 사회 불평등 해소에 쓴다면 취지에 적합하지 않을까.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