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최저가 경쟁이 소비 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마트가 쿠팡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사를 겨냥해 '가격 전쟁'을 선포하자 롯데마트가 맞대응에 나섰고 편의점은 자체 브랜드를 활용해 최저가 전쟁에 뛰어들었다.
최저가 경쟁의 칼을 가장 먼저 뽑은 이마트는 14년 만에 '최저가 보상제'를 부활시켰다. 최저가 보상제는 자사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이 경쟁사보다 비싸면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의 가격 보장 제도다.
이마트는 쿠팡 로켓배송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온라인 점포배송 상품의 가격이 이마트보다 저렴하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준다. 라면·생수·휴지 등 생필품 매출 상위 상품 500개를 선정해 가격 경쟁 포문을 열었다.
이마트의 가격 보상 적립제 실시 직후 롯데마트도 반격에 나섰다. 롯데마트 역시 생필품 500개 상품을 대상으로 동종업계에서 일주일 전 판매한 금액 중 최저가와 동일한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간 생필품 가격차가 크지 않고 가격 비교에 대한 피로감 등을 고려해 일자별·실시간 가격 대응이 아닌, 대형마트의 행사 단위인 주 단위로 대응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동일가 정책에 더해 적립 혜택을 강화했다. 자사 쿠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롯데마트GO 회원을 대상으로 500개 생필품 구매시 등급별 기존 적립율 5배의 엘포인트(L.POINT)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엘포인트는 500개 상품 구매 시 자동 적립되며, 롯데마트GO 앱을 통해 발급된 전자영수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저가 경쟁에 편의점들도 합류했다.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라면·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상품 할인 판매를 실시한다. 이마트24는 일부 신선식품을 선정해 유통업계 최저가를 목표로 판매를 시작했다. 편의점 CU는 '아이스크림 초저가 이벤트'와 초저가 PB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유통업체들의 가격 주도권 경쟁은 고객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도 한몫했다. 여기에 쿠팡이 지난달부터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 무료로 배송하는 마케팅을 전개하자 기존 고객마저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특히 가격 전쟁을 선포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온라인몰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소비자 인식 전환도 노렸다. 출혈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고객 재방문 효과를 노리는 포인트를 발행한 것도 이 같은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유통업체들의 과당경쟁이 제조·납품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이 과거와 같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지만 한편으론 온라인 고객 발길을 오프라인으로 묶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가격 인하 경쟁에 대한 부작용을 이미 경험한 만큼 전례를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