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서비스 표준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국내 서비스 산업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첨단 융·복합 기술 기반 서비스 창업이 활발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와 산업 환경 제약이 글로벌 서비스 기업 탄생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미국 포브스가 작년 발표한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서비스 기업 비중은 50%를 웃돈다. 반면에 매출 기준 국내 상위 100대 기업 중 서비스 관련 업종은 38개사에 그쳤다.
지난 2008∼2018년 10년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비교하면 미국은 서비스 산업 기업이 5개에서 7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3개에서 2개로 줄었다.
아산나눔재단이 2017년 발표한 스타트업보고서는 우리나라 규제 기준을 적용하면 글로벌 상위 100개(투자액 기준) 스타트업이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서 불가능한 사업 모델은 모두 서비스 산업이었다. 의료, 교통, 게임, 핀테크 업종이 국내 규제에 저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각종 규제·지원 불균형도 서비스 산업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제조업 대비 높은 규제의 벽이 새로운 서비스 발굴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OECD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서비스 산업 규제 건 수는 제조업 4배 수준이다.
정부 서비스 R&D 예산은 전체 R&D 예산 가운데 4∼5%에 불과하다.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보험 중 서비스분야 비중은 약 40%(2018년 기준)이다. 서비스 산업 비중이 60%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창업기업 조세감면 등 일부 세재 지원 혜택도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한정됐다.
이는 서비스 표준 개발을 저해하는 장벽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서비스산업을 산업표준화법에 포함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작년까지 개발한 한국산업표준(KS)은 총 150종이다. 1961년부터 표준화를 추진해 2020년 기준 총 2만767종 KS를 개발한 제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국립표준협회(ANSI)에 따르면 세계 상품 수출 93%가 표준에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표준화 수요와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혁신 서비스 창출에 뒤쳐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자·수요자에 따라 품질 차이가 있는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표준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표준·인증제도 확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