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엔켐이 헝가리에 전해질 생산 공장을 건설하면서 재활용 생산시설까지 일괄 구축한다. 또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에코프로비엠 등 국산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유럽 현지 기업들과 협력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에 부응, 국내 배터리 소재업체들이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엔켐은 유럽의 두 번째 생산 거점인 헝가리에 전해질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신공장은 헝가리 북부 코마롬에 들어설 예정이다. 양산능력은 LG에너지솔루션에 전해질을 공급하고 있는 폴란드 1공장과 같은 연산 2만톤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2공장은 내년 말 가동을 시작하고,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공장에 전해질을 공급하게 된다. 2공장이 가동되면 엔켐의 유럽 전해질 생산능력은 연간 2만톤에서 4만톤으로 늘어난다. 엔켐의 유럽 2공장 건설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유럽 생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이반처에 1조2700억원을 들여 연산 3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3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3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SK이노베이션의 유럽 배터리 생산능력은 기존 1공장(7.5GWh) 및 2공장(9.8GWh)에 더해 47.3GWh까지 늘어난다.
EU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망 밸류체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터리 제조 밸류체인 전반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도록 '신배터리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엔켐은 전해질 공장 건설과 함께 NMP(N-메틸피롤리돈) 정제공장을 신설한다. NMP는 리튬이온 배터리 전극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제품이다.
NMP 공장에서는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발생하는 NMP를 회수, 정제 공정을 거친 고순도 NMP를 배터리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제조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도 오는 7월 헝가리 전해질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공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해질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현지에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에코프로비엠도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양극재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헝가리가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늦어도 내년에 착공, 2024년 배터리 제조사에 양극재를 공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비엠은 유럽에 '에코배터리 캠퍼스' 구축을 추진한다. 에코배터리 캠퍼스는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원료인 리튬부터 완제품인 양극재까지 생산할 수 있는 일괄 생산 기지다. 경북 포항에서 양산성 테스트를 완료하고 유럽에도 추가 도입, 삼성SDI·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신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유도하면서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면서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도 이에 맞춰 자원 재활용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