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가전업체들이 위탁 생산 전문 기업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제품 생산 경쟁력을 기반으로 자사 브랜드를 키워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11일 중소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자체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 신규 브랜드 론칭이 비교적 수월하다.
비데 생산 전문 업체 아이젠은 최근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브랜드 제품 매출은 4.6% 증가했다. 자체 브랜드 비데 판매 비중은 2019년 약 20%에서 지난해 25%로 증가했다. 아이젠은 김포에서 비데를 생산하고 있다.
아이젠은 지금까지 위탁 생산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로 독일, 미국 등 대형 유통점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해왔다. 국내 대기업, 중소기업 3~4개 곳에도 비데를 ODM으로 공급했다.
아이젠은 향후 '향기 비데' '관장 비데'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이젠 관계자는 “국내에서 자체 브랜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판매 채널 다양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원봉은 자체 생활 가전 브랜드 '루헨스' 판매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루헨스 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20% 정도이지만 이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원봉은 일본 냉온수기 ODM 시장에서 압도적 1위로 자리 잡은 위탁 생산 전문 기업이다. 원봉은 일본뿐 아니라 국내 중견 렌털 전문 기업의 일부 정수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원봉 관계자는 “루헨스 인지도가 올라가며 매출이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ODM 매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면서 “위탁 생산과 자체브랜드 매출 비중은 유지되고 있지만 점차 자체 브랜드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필터 생산 전문 기업 피코그램은 최근 독자 브랜드 '퓨리얼' 정수기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LG하우시스와 DL이엔씨 등에 ODM 방식으로 환기 관련 제품을 납품해 온 힘펠은 최근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힘펠은 자사 브랜드 사업과 ODM 사업을 투트랙으로 강화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최근 환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면서 B2C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ODM 방식으로 회사 경쟁력을 쌓고, 자체 브랜드 강화로 사세를 확장하는 것은 이미 쿠쿠전자나 파세코 등으로 증명된 가전업계 '성공 방정식'이다. 자체 브랜드 사업으로 업계서 자리를 잡은 가전업계 선도 기업들이 후발업체에게 좋은 본보기다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쿠쿠는 과거 LG전자 밥솥 위탁생산업체로, 파세코는 삼성과 LG 가전 위탁 업체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면 회사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다”면서 “많은 위탁 전문 기업들이 외부 컨설팅을 받으면서 자체 브랜드를 키우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