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째미, 나는 러니. 오늘 재료는 뭐가 될까요? 광섬유, 빛공, 플라스틱 통이에요. 빛공을 플라스틱 입구에 연결해 봐요.”
루돌프 모양의 귀와 가면을 쓴 유튜버 두 사람이 등장해서 광섬유를 이용한 간단한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만든다. 과학교육 플랫폼 '잼런'을 운영하는 김미희 커넥트위드 대표와 공동창업자 윤이나 팀장이다. 지난해부터 윤 팀장이 '째미' 김 대표가 '러니'라는 이름으로 과학 유튜브 채널 '잼런TV'를 함께 만들고 있다.
이들은 단순 유튜버가 아니다. 잼런은 구독서비스 기반의 유·아동 과학교육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유튜브에 미리 제작된 과학만들기 영상을 보고,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튜터(교사)와 실시간으로 함께 만들기를 할 수 있다. 클래스(수업)를 결제하면 전용 키트를 제공한다.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을 도입했다. 사전에 영상을 본 후 실시간 영상서비스를 통해 교사와 상호작용하면서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예약하면 이용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이 간다. 로그인만 하면 유·아동도 보호자 없이 쉽고 간편하게 실시간 비대면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
커넥트위드는 김 대표와 윤 팀장이 지난 2020년에 창업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삼성전자 사업부 구매팀을 거쳐 아모레퍼시픽에서 구매전략 등을 담당했다. 키트 구성이나 구매 분야 전문가다. 윤 팀장은 삼성출판사와 프뢰벨에서 근무하며 주로 유아용 도서, 콘텐츠 개발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워킹맘'이다.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함께 공부하면서 의기투합했다. 영상 제작부터 키트 구성까지 직접 한다. 과학교구사에서 구한 기존 제품에 설명서를 더하는 때도 있다.
김 대표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딸의 변화된 모습을 마주하고서다. 김 대표는 “내성적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 적응에 힘들어 했다”면서 “함께 실험이나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딸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성격도 밝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엄마가 대기업을 다니는 것보다 유튜버를 하는 것을 훨씬 자랑스러워하고, 영상에 등장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잼런 서비스 시작은 2월 말이다. 큐레이션 형태로 콘텐츠를 매달 4개 늘릴 계획이다. 아직 서비스 초기여서 유튜브 구독자는 수백명 수준이다. 반응이 먼저 온 것은 공공기관과 학원 등이다. 지방 공공기관에서 유·아동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위생교육 등을 하는 비대면 콘텐츠를 찾았다. 윤 팀장은 “키트가 시중에도 다양하지만 영상이나 설명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온라인 교육에 최적화한 영상을 제작하고 키트는 사용성을 고려해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잼런의 꿈은 과학교육 종합 플랫폼이다. 과학과 문화를 연계해 온·오프라인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 퍼포머 활동의 장이 되는 것이다. 커넥트위드는 온라인 교육이 강조되는 시점에 손으로 만지며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온·오프라인 융합 교육이다. 이들은 지난 1일 여성창업지원기관 스페이스 살림에서 오프라인 과학실험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며 과학실험을 통해 지구과학을 배우는 자리였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재밌게 느끼면서 몰입해야 교육 효과도 커진다”면서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도입해 스토리텔링 방식의 과학 콘텐츠도 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