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인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런 물질들의 인체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으며, '케미포피아(Chemiphobia)' '노케미족'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생활 속 화학물질은 편리함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유해인자들과 인체독성과의 연관관계는 비교적 많은 연구 및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발달뇌질환, 퇴행성뇌질환 및 정신질환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축적된 역학조사를 통해 생활 속 유해인자인 화학물질 및 중금속은 신경계장애와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됐고 특히 임신 중 산모에게 지속적 노출은 태아 및 영유아에게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지적장애와 같은 소아 신경발달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주요 정책을 보면 뇌질환 관련 연구 중 특히, 퇴행성 뇌질환에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고령화 사회인 지금의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이지만 장기적 미래를 위해서는 소아 신경발달장애에 대한 지원도 요구된다. 퇴행성 뇌질환은 인간의 일생 중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발병하는 신경계 질환이지만 소아 신경발달장애는 평생을 질환과 함께 살아가야한다. 소아 신경발달장애 환자들은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보고도 있다. 신경발달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료비 및 복지를 위한 많은 비용이 필요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해 범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2016년 미국 학자들은 신경발달장애가 증가하는 현실이 생활 속 유해인자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경발달장애는 다른 질병과 달리 치료에 의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확신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인체 독성과 발달 장애와의 연관 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독성학적 연구를 통해 일정기간동안 생체에 노출된 물질에 의해 나타나는 세포의 사멸 등 장기 손상, 기능 저하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발달장애는 단순히 신경세포의 사멸에 의한 것이 아닌 신경세포의 발달과정에서 일어나는 신경세포의 생성, 이동, 분화와 같은 단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시냅스 형성 및 신경회로의 비정상적인 발달까지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러한 유해인자에 의한 신경발달장애 및 신경독성을 평가할 수 있을까? 필자가 근무하는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는 임신한 모체에 화학물질을 노출 시킨 후 태자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생성 및 이동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태아의 신경세포의 분화 및 시냅스형성, 행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 결과로 임신 중 비스페놀 A에 노출된 쥐의 태자는 비정상적인 대뇌피질 발달이 일어나며 신경세포의 생성도 정상 태자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태어난 후 시냅스 형성 및 시냅스 기능에도 문제가 일어남을 확인했고, 대부분의 발달 뇌질환 환자에게서 보이는 사회성의 문제나 과잉행동 장애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신경발달장애 및 신경독성을 전부 동물실험으로 연구하기에는 종 특이적인 문제로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간줄기세포 유래 신경세포 및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가 필요하다.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도 최신 독성연구 기술을 반영한 뇌 오가노이드 분화기술을 확립, 이를 활용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인간의 신경발달장애는 조직 병리학적 병변이 발견되지 않아도 뇌의 비정상적인 기능에 의해서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인간 뇌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뇌 오가노이드 분화기술 등을 통해 수행되는 뇌질환 및 신경독성에 대한 연구는 유해인자로 인해 야기되는 신경발달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강력한 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민한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박사 minhan.ka@kitox.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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