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 서비스 차원에서 해주던 배달이 생활물류라는 이름으로 산업 범주에 들어왔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수요로 인해 음식은 물론 동네 슈퍼와 집근처 편의점의 소소한 용품 배달까지 규모화, 조직화되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참여하는 공공배달까지 등장해 민간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 택배서비스는 온라인 마켓 성장과 함께 산업화된 지 오래다. 신선식품을 포함해 거의 모든 상품이 택배서비스 영역으로 들어왔다. 스피드 경쟁이 더해져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평균 택배 이용은 63건, 집 주변에서 음식과 생활용품 배달서비스까지 포함하면 평균 100건이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택배를 포함한 배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생활물류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른 아침 새벽 배송으로 반찬거리를 받고, 오후에는 옷이나 책을 택배로 받는다. 저녁에는 내일 사용할 물품을 주문한다. 배달과 배송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돌아가는 사회, '라이프 플랫폼 시대'다.
라이프 플랫폼 콘퍼런스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성주·양승욱)는 전자신문, 비욘드엑스와 공동으로 6월 4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2021 라이프 플랫폼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일상이 된 생활물류를 산업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한다. 플랫폼 기반 생활물류 기업의 성공 사례와 발전 전략을 소개·공유하고, 라이프 플랫폼 시대에 필요한 산·학·연·관의 물류 혁신 방안을 모색한다.
강성주 조직위원장에게 생활물류시장의 성장 배경과 라이프 플랫폼 콘퍼런스를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물류 기업과 산업의 디지털 혁신 방향을 들어봤다.
◇물류 디지털 혁신에 초점
-'2021 라이프 플랫폼 콘퍼런스(LPC)' 어떤 행사인가.
▲물류전문기업은 물론 물류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다양한 분야 기업·기관에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자 마련했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생활물류가 키워드지만 얘기하는 물류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물류서비스 혁신과 함께 창업,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의 디딤돌 역할도 필요하다. 생활물류를 키워드로 물류기업과 산업 디지털 혁신 방향을 공유하고, 국가 및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도 모색한다.
-강 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재직 시절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국가종합물류망을 기획했다. 우정사업본부장 때는 도서산간에 드론배송 시범 운용, 초소형 전기차 도입 등 우편물류 혁신을 위한 도전적 사업을 다수 추진했다. LPC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배경인가.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좋아한다. 공직자로서도 담당한 분야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정사업본부의 디지털 혁신 사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민간 물류기업에도 상당한 자극이 됐다. 이러한 경험을 물류산업에 접목해 물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
-조직위원장 역할은.
▲LPC조직위원장을 맡았지만 물류업계에서 볼 때 외부인이다. 앞서 언급했듯 물류는 전통 운수 개념을 넘어 생활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를 생각하고, 타 업종과 협력이 필수다. 이런 측면에서 물류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본 혁신 과제와 방향성을 경청하고 수렴해야 한다. 조직위원장은 이번 LPC를 물류산업의 미래 가치와 역할을 새롭게 그려보는 장으로 이끄는 자리다. 조직위원장은 양승욱 전자신문 사장과 공동으로 수행한다. 저는 우정 모빌리티 추진 경험을, 양 사장은 전자신문 보유 물류IT 융합 콘텐츠를 이번 콘퍼런스 기획과 운영에 접목하고 있다.
-강 위원장을 물류 정책·기획 전문가로 봐도 되는가.
▲아니다. 물류 산·학·연에 수십년 종사해 온 수많은 전문가가 있다. 저는 과기정통부 출신이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우정 모빌리티를 비롯해 우정IT융합과 우정사업 혁신을 추진했다. 생활물류를 포함해 최근 트렌드인 물류IT융합, 스마트물류 또한 디지털 혁신 관점에서 바라보고 파악하고 있다. 굳이 전문성을 따진다면 디지털 혁신 정책기획 전문가로 평가받고 싶다.
◇ 일상이 된 생활물류
-콘퍼런스 주제가 '생활물류와 온디맨드 비즈니스'다.
▲배달, 배송으로 대표되는 '생활물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필수 서비스로 각인됐다. 비대면 온라인 마켓 고성장은 오프라인 물류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 온라인 소비와 오프라인 배송을 사이클로 생활물류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제품과 서비스 종류, 배달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는 '온디맨드 서비스'는 생활물류의 총아다. 온디맨드 최적화를 위해 새로운 물류창고인 '풀필먼트 센터'가 등장했고, 도심형 창고로 불리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빠른 배송을 넘어 개별 고객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활물류 속에서 LPC가 더 주목하는 분야다.
-온디맨드서비스를 비롯해 생활물류 성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바람직해 보이는데 어떤 혁신이 필요한 것인가.
▲얼마 전 5000여 가구가 사는 서울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대란이 발생했다. 입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단지 내 시설물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택배차량 지상 출입을 막았다.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외부에서 택배 물품을 손수레에 옮겨 싣고 수십개 동을 돌며 전달했다. 나중에는 힘에 부치자 아파트 입구에 쌓아두기 시작했고, 결국 수천개 택배는 아파트 통로를 막아버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생활물류 확산의 그림자다.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생활이 된 현대인에게 택배를 포함한 배달·배송, 즉 생활물류는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가 됐지만 소비자와 기업 양쪽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도 안겨주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
▲이렇게 물류가 멈추면 삶이 하루도 평화롭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온라인 주문 상품은 모두 배달·배송이라는 오프라인 공간과 물리적 이동을 거쳐야 한다. 온라인 구매와 오프라인 배송 과정이 쉴 틈 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생활물류는 양적 확대에 치우쳐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친환경 배송시스템, 로봇 기반 배송 자동화, 무인 픽업 거점 등 기술, 비용, 환경 측면에서 소비자와 기업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도입할 때 현재 불거지고 있는 생활물류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다.
-이번 LPC에서 눈여겨볼 발표는.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본부장이 키노트 연사로 나와 '모빌리티가 바꾸는 라이프 스타일'을 주제로 발표한다.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가 로봇 기술과 만나 서비스형 수송(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을 구현하는 물류융합과 확장된 서비스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온디맨드 시대, 라이프 플랫폼 성공 방정식'을 주제로 기업 라이프 플랫폼 전략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정부에서도 박무익 국토부 물류정책실장이 미래 스마트 생활물류 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생활물류기업 중장기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플랫폼 기반 생활물류 대기업뿐 아니라 스마트물류를 현장에 구현하는 다양한 물류IT·벤처 기업이 참여한다고 들었다.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선도하는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4개 주제의 세션을 운영한다. 1세션은 라이프 스타일 변화, 2세션은 마이크로 풀필먼트 전략, 3세션은 마이크로 딜리버리&모빌리티 구현, 4세션은 ESG경영과 사회적 물류 역할이다. 카카오를 비롯해 12개 기업 대표 및 간부가 연사로 나온다.
◇물류의 미래 그리고 부산
-우리나라 생활물류 기업 현황은.
▲쿠팡이 뉴욕증시에 시가총액 100조원에 육박해 상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잠재적 가치는 바로 국내에서 성공한 '로켓배송'에 있다. 유니콘기업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의 대명사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모두 한국 물류기업의 성공 브랜드가 됐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네이버는 온라인 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아우르며 물류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다. 배민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무인배달 로봇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국내 생활물류 기업 및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되나.
▲글로벌 물류시장은 유동 물량 측면에서 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이커머스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물류의 서비스 수준이나 역동성은 단연 우리나라가 최고다. 최근 당근마켓을 보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체계에 감탄했다. 카카오, 쿠팡, 네이버 등이 플랫폼 기반 생활물류 서비스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메이저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본다.
-물류도시 부산에서 열리는 데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물류는 계속해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확장산업이다. 제조, 유통이 물류와 결합해 새로운 밸류체인을 만들고 있다. 부산은 대형 항만에 철도, 공항을 보유한 물류거점도시로서 다양한 물류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다. 산업물류 중심에서 스마트물류, 생활물류로 전략산업의 범위를 확장해도 좋을 시기다. 이번 LPC에서 물류 신성장 동력을 찾길 바란다.
-부산형 신물류 및 스마트물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나.
▲항만이라는 하드웨어 중심 산업물류에서 시야를 넓혀 지역 내수 기반 생활물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물 중개 플랫폼 등 지역 인프라 기반 비즈니스 모델도 많이 만들어야 겠지만 동남권 메가시티가 화두인 만큼 부산, 울산, 경남을 연결한 동남권 기반 생활물류산업을 육성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기업, 스타트업을 다수 육성해야 한다.
혁신은 도전에서 나온다. 부산 청년들이 물류 창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온라인 구매와 언택트 문화에 익숙한 청년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많은 물류 혁신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번 LPC에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하는 물류 산·학·연·관 관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일상이 됐고, 이 일상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물류, 즉 생활물류 서비스다. 생활물류는 인류의 '먹고사니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커머스, 온디맨드 등 어떤 방식을 선택해 먹고 살아갈 것인가. 개인의 욕구와 기업 제공 서비스가 맞물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생활물류산업을 진단·분석하고 미래 지향점을 제시하는 이번 LPC에서 혁신의 방향과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찾길 바란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강성주 LPC 조직위원장은>
1987년 행정고시 30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체신부 KT민영화TF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 국가기간전산망사업과 초고속정보통신망사업에 참여했다. 미국 유학 후 u-코리아 전략을 주도했고, 행정안전부로 옮겨 재난안전, 전자정부, 개인정보보호업무를 수행했다. OECD 주재 공사관을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성과정책관,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경북지방우정청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7∼2019년까지 우정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우정사업본부장 재직 시 'ICT 기반 우정사업 혁신'을 기치로 우편물류통합허브 구축, 차세대 우체국 금융시스템 구축 시동, 우정사업 기반망 통신사업자 이원화, 정보화에 2201억원 투입, 드론 우편배송 시범 운용, 한·중·일 우편 블록체인 기술 공동개발 협력, 우편사업용 초소형 전기차 도입 등 각종 혁신사업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