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기반차량사물통신(C-V2X)은 통신사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통사들은 공통적으로 C-V2X 상용화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국내 이통사 실무진도 같은 의견을 낸다. C-V2X 진영은 C-V2X 표준 제정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데 반해 정작 이통사들은 어렵다며 손을 내젓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이통사들이 C-V2X 상용화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C-V2X 표준이 이통사가 바로 가져가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직 설익은 표준이라는 뜻이다. 이통사는 도로와 차량에 단말기를 어떻게 설치하고 기지국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가 제시되지 않은 C-V2X 표준 상용화는 현재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둘째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통망과 연계해 최고 성능을 내려면 결국 도로 주위에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데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 현재 나와 있는 C-V2X 칩셋이 만족스러운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다. C-V2X 칩셋 검증 결과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C-V2X 표준이 차량사물통신 전체 시스템에 대한 표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 기술인 DSRC/WAVE는 통신을 위한 하위 프로토콜(DSRC, IEEE 802.11p), 서비스를 위한 상위 프로토콜(IEEE 1609시리즈), 차량-도로 운영체계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또 2010년에 제정된 DSRC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검증 기간을 거쳤다. 이에 비해 C-V2X는 통신을 위한 하위 프로토콜에 대응되는 표준이다. 즉 IEEE 802.11p(DSRC)만을 대체하는 기술일 뿐이다. 이에 따라 C-V2X 상용화를 위해서는 서비스를 위한 상위 프로토콜과 차량-도로를 위한 운영체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추가적인 검증 기간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통사의 C-V2X 상용화가 어렵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부분이다. C-V2X 진영이 제시하는 표준·가이드라인에 빈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C-V2X 상위 프로토콜을 제정한 상태다. 미국·중국도 경쟁 기술인 DSRC/WAVE에서 사용하던 IEEE 1609 시리즈를 변형해서 표준을 제정했다. 미국 옴니에어에서 만든 C-V2X와 상위 프로토콜 검증 소프트웨어(SW) 적용 계측 장비는 지난 4월에야 가용하게 됨으로써 이제야 표준 적합성을 시험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프로토콜 제정에 투자도 없었다. 추가적으로 차량과 도로에서 운영체계 부분은 여전히 비어 있다.
통신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이통이 자동차와 도로라는 이종산업으로 진출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에서는 3GPP가 하위 통신 프로토콜만을 표준화하면 충분했다. 이통사는 통신사 상황에 맞게 적용해서 사용하는 형태로 상용화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실시간이 중요한 V2X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안전' 측면이 강조되는 V2X에서는 모든 부분을 정형화해서 제시하지 않으면 안전이나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위 프로토콜과 운영체계를 포함한, 즉시 적용 가능한 ITS를 제시해야 이통사의 상용화가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통사의 의견처럼 DSRC/WAVE와 C-V2X의 경쟁 양상은 단순한 '통신' 경쟁이 아닌 셈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된 C-V2X의 상용화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DSRC 망 상용화와 5G-V2X 실증을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V2X 시장은 안전과 편의 중심 서비스 시장 경쟁으로의 확대가 예상된다. 안전과 편의에 도움이 될 V2X 기술의 빠른 상용화와 우리나라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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