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이버 팬데믹은 아직 오지 않았다. 회복력을 갖추고 혼돈에 대비하자.”
지난 17일(미국시각) 개막한 세계 최대 보안 콘퍼런스 'RSA 2021'이 던진 메시지다. 20일 폐막하는 올해 RSA는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열렸다. '회복력(Resilience)'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세계 187개 보안기업이 참가, 온라인 전시관을 꾸렸다.
로힛 가이 RSA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회복력을 정의했다. 그는 “회복력은 단순히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면서 “덜 넘어지고, 넘어졌을 때 더 잘 버티며 일어설 때마다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력은 '인간 요소(Human Element)'를 주제로 한 지난해 RSA 콘퍼런스에서부터 강조된 개념이다. 사이버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통제도 어려워지는 가운데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공격자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위협에 대비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가이 CEO는 사이버 회복력을 갖추는 방안으로 △혼돈에 대비할 것 △우선순위를 똑똑하게 정할 것 △커뮤니티의 힘을 활용할 것을 제시했다.
다가올 위험을 예측해 미리 준비하면 덜 실패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우선순위가 명확하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또 소속 집단과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실패를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더 성장할 수 있다.
회복력에 대한 비유로는 일본 도예 기법 '긴쓰기'를 들었다. 긴쓰기는 깨진 도자기를 접착한 뒤 이음새를 금이나 은으로 장식하는 기법이다. 가이 CEO는 “긴쓰기는 실패에서 회복하는 것을 넘어 진화(transform)한다”면서 “실패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부각시켜 경험을 축복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환경에서도 실패를 쉬쉬하지 말고 과정에서 기꺼이 배우고 발전하자는 의미다.
올해 RSA 전시관은 '디지털 엑스포'라는 이름으로 구성됐다. 기업별로 주요 솔루션에 대한 소개 자료를 웹페이지에 공개하고 온라인 참관객을 맞았다.
단순화(Simplify)는 전시관에서 자주 언급된 키워드다. 시스코는 보안 액세스 서비스 에지(SASE)와 단순화, 가시성을 부각했다. VM웨어 역시 제로트러스트 솔루션을 소개하면서 단순화를 강조했다. 포티넷, 맥아피, 트렌드마이크로, 체크포인트, 파이어아이 등 글로벌 보안기업도 가시성, 원격근무 보안, 인공지능(AI) 기반 침해대응, 랜섬웨어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사 솔루션과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기획한 한국공동관을 통해 솔루션을 전시했다. 센스톤, 스파이스웨어, 시큐레터, 에프원시큐리티, 워터월시스템즈, 윈스, 이와이엘, 잉카엔트웍스, 지니언스, 컴엑스아이, 쿼드마이너 등 11개사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과 협업으로 글로벌 기업과 일대일 상담회가 마련됐다.
KISIA 관계자는 “기업별 전시관을 통해 실시간 채팅과 상담이 가능, 참가기업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ISIA는 기업별 수요를 사전에 조사해 바이어 발굴과 매칭도 주선했다. KISIA 관계자는 “사전에 조율한 일정에 따라 상담이 진행 중”이라면서 “RSA 참가기업이라는 사실 자체가 해외에 기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만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기업 호응도 잇따른다. 박범중 쿼드마이너 대표는 “글로벌 투자를 기대하고 RSA 콘퍼런스에 처음 참가했다”면서 “개별적으로 전시관을 마련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크지만 공동관을 통해 부담 없이 해외 기업과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센스톤 역시 글로벌 기업과 수차례 상담을 가졌다. 유창훈 센스톤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RSA 전시관을 운영할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공동관을 통해 큰 자원 투입 없이 참가했다”면서 “여러 글로벌 기업 관계자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아 진행 중이며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니언스는 미국법인을 통해 RSA에 참가했다. 개막 일주일 전부터 홍보에 돌입, 자사 글로벌 웹사이트로 방문을 유도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고객이 지니언스 주력 상품을 온라인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면서 “미국 대형 의료서비스 기관, 시 정부기관, 학교 등으로부터 솔루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