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인사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4명 가운데 1명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3명 후보가 임명장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도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논란은 컸지만 개각은 일단락됐다. 그래도 살짝 불안하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기관이 최근 전국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무총리 임명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50%로 부정 36%보다 많았다. 반면에 과기정통부·국토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는 부정 응답(47%)이 긍정(38%)보다 우세했다. 여전히 일부 국민은 못 미더워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막판까지 초긴장 상황이었다. 임명장을 받을지조차 예측 불가능했다. 여러 해명에도 장관으로서 자격이 미흡하다는 시각이 컸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는 개인 흠결도 있겠지만 과기정통부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부처 역할이 미흡하면서 '험한' 임명 과정이 불가피하지 않았나 하는 시각이다. 대통령조차 임명 배경을 장관 여성 몫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쪼그라진 과기정통부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 창조경제를 주도하며 '정권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미래창조과학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역할이 축소됐기 때문일 수 있다. 따져보면 결정적 배경은 기대에 비해 미흡한 성과에 연유한다. 물론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다른 부처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하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뒤돌아보면 과기정통부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줄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 '5세대(5G) 서비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디지털 뉴딜'이다.
가장 현안으로 떠오른 백신부터 보자. 백신과 치료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과기정통부가 가장 강조한 정책이었다.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장관의 호언장담만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남아 있다. 올해 초에는 결국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업무보고 때 3월 출시를 장담했던 '3분 진단키트'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불과 두 달 앞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국산화는 신기루였을 뿐이다.
'디지털 뉴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까지 44조8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배정됐지만 가장 핵심인 '데이터 댐'은 모호한 개념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이를 총괄할 데이터기본법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예산 덕분에 산하기관만 바빠졌다는 하소연만 흘러나온다. 한국판 뉴딜의 결정판이라지만 현장과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겉돈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예산이 '엄청난' 일자리 성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아직도 디지털뉴딜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다.
그나마 성과를 내는 분야가 5G 서비스다. 201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고 올해 14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체 가입자 20%를 넘어섰다. 지금은 품질 논란과 요금 이슈 등으로 발목이 잡혔다. 3.5GHz 대역은 상용화했지만 서비스 초기에 약속했던 28GHz서비스는 오리무중이다. '세계 최초'라는 출발은 좋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반쪽 서비스' '무늬만 5G'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G 서비스, 백신, 디지털 뉴딜 등 세 과제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부처 업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과기정통부 운명은 대통령 선거를 감안하면 1년 안쪽이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다. 남은 1년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과기정통부가 어떻게 역사에 기록될지가 결정된다. 이래저래 중요한 순간이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