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네이버가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연구에 나섰다. 네이버와 서울대 AI연구원 100여명이 참여하며 3년간 연구비, 인프라 지원비만 수백억원 규모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된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언어 AI 프로그램인 'GPT-3'를 능가하는 한국어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람의 지능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언어입니다. 지금 GPT-3 기반은 영어이고, 다른 소프트웨어(SW) 기반도 영어이기 때문에 한국어 기반 AI 개발은 매우 중요합니다.”
함종민 서울대 AI연구원 산학협력센터장이 말하는 서울대-네이버 AI연구센터 설립 배경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어 AI를 만들려면 3개의 '초 대규모'급이 필요하다. 바로 데이터, 서버, 인력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는 자원이다. AI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대규모 서버를 가지고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얻는 결과다.
국내에서 네이버는 데이터와 서버를 갖췄다. 한국에서 AI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대다. 양사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3년간 장기 연구를 통해 서로 인력과 서버를 공유하기로 했다. 산·학 협력 연구 기간이나 규모도 전례 없는 수준이다.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인터넷 회사는 이러한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검색이나 메신저, AI 스피커, 크게 봐선 쇼핑이나 금융까지 모두 언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산업적 영향력도 큰 연구 분야입니다.”
함 센터장은 네이버와 서울대가 AI 연구에 손잡는 데 주요 가교 역할을 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정보통신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다양한 기업에 SW 서비스 관련 개발과 사업을 주도했다. 네이버 서비스총괄(NSO),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MSC) 서비스 기획 및 사용자경험(UX) 임원, LF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 AI연구원이 기술사업화 및 산·학 협력을 위해 영입한 전문가다.
함 센터장은 서울대 AI연구원에 오자마자 대규모 장기연구 파트너 찾기에 착수했다. 미국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가 IBM과 10년 동안 2억4000만달러 파트너십을 맺고 'MIT-IBM 왓슨 AI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보고 국내에서도 그런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네이버와 협력은 그 첫 번째 이정표다. 그는 푸드, 헬스케어, 제조 등에서 AI 활용을 함께 연구할 새로운 산·학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함 센터장은 “과거에는 뛰어난 천재 엔지니어 몇 명이 주도해 최첨단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AI 연구는 기상관측에나 쓰이던 슈퍼컴퓨터가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게임의 룰이 바뀐 지금 기업과 대학의 연구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연구진과 개발비, 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산·학 협력을 이끌기 위해선 대학이나 산업계 혁신이 필요하다. 특정 교수나 임원 등 소수 인맥이 이끌어나가는 산·학 협력이 아닌 성과와 지속성을 모두 고려한 새로운 산학협력이 요구된다.
함 센터장은 “한 교수가 연구과제를 여러 개 하는 것보다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장기 연구가 이뤄지는 문화가 조성되면 좋겠다”면서 “지속성을 가진 연구센터가 만들어지고 이를 산업계와 정부가 지원하는 산·학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