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야심 차게 설립한 '디지털혁신본부(DX본부)'를 통폐합했다. 애플리케이션(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개월 작업 끝에 신설한 본부를 다시 팀 단위로 분해해서 도로 내려 앉힌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조직 개편을 통해 DX본부를 마케팅본부와 통폐합, 기존 6개 본부 체제에서 다시 5개 본부 체제로 회귀했다.
DX본부를 이끌던 최고경험책임자(CXO) 이원재 DX총괄본부장은 이달 사임했다. 애초 이 본부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신상의 사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흡수된 DX본부는 지난달 리딩에이스캐피탈에서 영입된 김기덕 마케팅본부장이 맡게 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마케팅본부가 상품을 개발·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앱으로 보이는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과 마케팅 부서가 따로 떨어져 있을 경우 비효율적이라는 측면에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면서 “전체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긴밀한 시너지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X본부는 케이뱅크가 UI와 UX 개선을 토대로 앱 개편 작업을 집중 담당하기 위해 신설됐다. DX본부 설립 이전에는 금융허브본부에서 케이뱅크 앱 관리를 맡았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DX본부 설립과 동시에 신한카드 디지털혁신팀 이원재 부부장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금융허브본부 소속이던 앱 기획팀, 앱 디자인 팀도 모두 신설된 DX본부로 배치했다.
이원재 본부장은 NHN,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한카드 등에서 13년여 동안 UX 관련 업무를 담당한 UX 전문가다. 케이뱅크가 40대 초반의 젊은 임원을 선임했다는 측면에서 국내 은행권에서는 파격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이 본부장은 올해 개방성에 역점을 두고 오픈뱅킹 고도화 작업을 이끌었다. 고객 편의성을 대폭 강화하고 개인 맞춤형 기능을 추가하는 등 케이뱅크 앱 전면 개편을 단행했다. 케이뱅크 앱 하나로도 타 금융기관 계좌 조회와 이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UX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 작업은 사실상 이 본부장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DX본부 통폐합이 케이뱅크가 아직 대주주를 비롯한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벗지 못한 상황에서 초래한 결과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사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지만 대주주의 입김이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른 핀테크 기업과 같은 디지털혁신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DX본부가 자체적으로 지향하는 방향과 상부에서 내려오는 지시 간 괴리감이 상당히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마케팅본부와 통폐합…5개 본부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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