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선정하는 제조공장 혁신의 바로미터인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국내 중소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나선다. 기존 대기업 위주의 등대공장을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한 세계 스마트공장 모델 확보가 목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올해 WEF와 함께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 챌린지 프로그램을 위한 선행 연구를 추진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내 여러 중소·중견기업이 제조혁신 등대공장에 도전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다양한 제조혁신 성공 사례를 적극 공유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 스마트공장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WEF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2회 등대공장을 선정·발표한다. 등대가 드넓은 바다에서 배를 안내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선정한다. 지금까지 총 44개사가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7월 처음으로 포스코가 등대공장에 등재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스마트공장 확산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포스코 이후 2년여 동안 등대공장에 진입한 기업은 없다. 특히 지난해 이탈리아의 세탁기 부품사가 등대공장에 등재되면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에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러 기업이 연이어 탈락했다. 자동차용 조향장치 개발업체인 태림산업을 비롯해 자동차 부품 업체 오토젠, 최근에는 클린룸기기 전문업체 신성이앤지 등이 등대공장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기부는 WEF와 협의해 기존 평가 지표에 중소·중견기업도 등대공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그동안 WEF는 여러 기술 도입을 통한 실질적인 재무적 개선 수치를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삼아 왔다. 제품 불량률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노동생산성을 높여 매출액·수출액 등 재무적인 성과가 뚜렷해야 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공장, 제조혁신 확산을 위해 글로벌 '등대기업' 수 확대를 추진한다. 특히 WEF와의 공동 연구, 선행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우리 기업이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너무 기술 도입에만 의존해 '무늬만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측면도 있다”면서 “이제는 공정 혁신을 통한 실질적인 효과를 증명하고, 특히 각 산업·기업별로 특화된 모범 사례를 만들어 WEF에 긍정적인 평가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