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

[미래포럼]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

청년실업 우려가 크다. 최근 통계청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체감 실업률은 역대 최고이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대다수가 불안과 무기력·우울증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대기업 취업경쟁률은 높아만 가고 중소기업 인력난은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에만 인력이 몰리기 때문이다. 인력 수급 불균형과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99.9%이고 기업종사자의 83%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면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청년일자리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 시 우선 고려하는 것이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과 임금이었다. 그다음으로 건강한 조직문화, 분위기, 근무환경 순이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고 싶게 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워라밸과 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시간 근무를 하면서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견기업 이상은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 특히 창업 초기기업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창업 초기기업은 청년창업 기업이 많고, 이들이 성공해야 후배가 창업의 길을 따르고 일자리가 늘 것이다. 정부 지원은 이런 기업에 집중돼야 한다. 고용 촉진을 위해 청년채용 지원금, 유연근무제와 시간선택제 지원금 등 여러 지원제도가 있다.

그러나 무경력자 중심으로 1년이나 2년 만에 지원을 종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무경력 신입을 채용해서 교육하고 훈련하면 연봉 많은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 기간을 장기로 늘리고 지원금액도 대기업과의 격차를 없앨 정도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성과 평가에 따라 후속대책을 결정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건강한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영자·관리자를 위한 교육 및 코칭이 필요하다. 많은 중소기업이 비전 수립, 공정한 성과관리, 효과적인 팀워크,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 조직문화에 전문가가 부족하다. 방법도 잘 모른다. 신규 입사 직원이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이지만 청년이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에서 오래 근무하게 하려면 이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기업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계가 있어 지원 방법을 정부가 함께 생각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고 청년이 많이 근무하는 디지털산업단지, 테크노밸리 등 산업단지를 청년 친화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서울 강남이나 특정 거리에 청년이 북적이는 것은 그곳에 가고 싶기 때문이다. 산단은 청년이 생활하기에 삭막하다. 문화복합시설을 늘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임대주택 지원을 산단 주변에 확대해야 한다. 중소기업 근무자에게 이를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마련한다면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청년복지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열악하고 비전 없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든다면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대기업 못지않은 근무 여건과 미래 유망한 중소기업이 많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등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청년 대부분이 대기업 정보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임금순 한양대 ERICA 교수 kumsl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