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승용차는 물론 소형 화물차인 1톤 트럭까지 출고 지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톤 트럭이 꼭 필요한 소상공인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노후 경유차 감축을 위해 구매 보조금을 주고 전기(EV)와 액화석유가스(LPG) 1톤 트럭 보급을 확산하려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5일 영업 일선에 배포된 안내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톤 트럭인 현대차 포터의 경우 출고 대기 기간이 '최소 5~6개월 이상'으로 표기돼 있다. 상황이 나은 기아 봉고마저 '최소 2~3개월 이상'으로 안내되고 있다. 그동안 늦어도 통상 1~2개월 정도면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었다.
최근 친환경 정책 등으로 인기가 높아진 EV 1톤 트럭이나 LPG 1톤 트럭 모델의 경우 출고 대기 기간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계약하면 포터 일반·슈퍼캡은 최소 5~6개월, 봉고 카고·특장은 최소 2~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포터 EV와 봉고 EV, 봉고 LPG 모델은 출고 대기 기간도 알 수 없다.
국내 1톤 트럭 시장은 연간 판매량이 16만대에 이른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황이 길어지며 포터와 봉고를 포함한 올해 1분기 소형 상용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증가하는 등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다만 이달부터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수요 자체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터와 봉고 출고 대기 차량은 2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포터는 일반 모델 9200여대, EV 모델 1500여대 이상이 계약 후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봉고도 7000대 이상 출고가 밀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 각 공장이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순환 휴업을 검토하고 있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포터는 현대차 울산4공장, 봉고는 기아 광주3공장이 각각 생산을 맡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구매할 수 있는 1톤 트럭 EV와 LPG 모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들 차종 계약자에게 출고 일정을 별도 공지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1분기부터 전국 각 지자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보조금 공모를 시작하면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심화한 영향이 크다.
포터와 봉고 생산 물량이 크게 줄면서 정부가 노후 경유차 감축을 위해 추진해 온 친환경 1톤 트럭 보급도 예상보다 늦어지게 됐다. 포터 EV 모델은 포터 전체 판매량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아졌다.
올해 정부가 확대하려던 LPG 화물차 보급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정부는 노후 경유차를 LPG차로 교체하기 위해 총 4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전년보다 1만대 늘어난 총 2만대의 LPG 화물차를 보급할 예정이었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차를 신차로 구매하면 기본 보조금 400만원에 생계형·소상공인·저감장치 장착 불가 차량의 경우 조기 폐차 지원금 600만원 추가 지원 등 총 100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보조금 대상 차종인 봉고 LPG 모델과 스트리아 LPG 카고 모델 생산 지연으로 출고 일정은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현대차가 출시한 스타리아 LPG 카고 모델은 이달 들어와 생산을 시작한 데다 기존 스타렉스 밴 재고까지 소진돼 당장 소형 화물 밴이 필요한 고객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소형 화물차 출고 지연은 생계에 직접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원활한 출고를 위해 정부와 업계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