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김준성 물리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연구위원) 김태환 교수, 김종환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비롯한 국내 공동 연구진이 선형의 전자정렬 상태를 가지고 있는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IrTe2)를 수십 나노미터(㎚)의 두께로 벗겨내 전자정렬 상태와 2차원 초전도성이 공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발견을 통해 전자정렬 상태의 소멸 혹은 그로 인한 양자요동2)이 없어도 초전도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극저온에서 전자의 농도나 외부 압력이 바뀌면서, 원래 나타나던 전자의 정렬 상태가 사라지거나 다른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양자 상전이 현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양자 상전이 현상이 일어날 때 보통의 초전도체와 다른, 비고전적인 초전도 현상이 자주 발견됐다. 이때 비고전적인 초전도 현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전자정렬 상태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양자요동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아직도 전자정렬 상태와 초전도 상태가 어떤 관계인 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전자의 정렬상태와 초전도 상태 간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전자 정렬상태를 가지고 있는 물질 중에서도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이루어진 층상구조 물질에 주목해왔다. 이러한 물질에서는 두께를 얇게 함으로써 전자정렬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구조나 정렬의 결함을 일으키지 않고 물질의 고유상태를 유지하며 전자 간의 상호작용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는 층과 층 사이가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연결된 반데르발스 물질로, 저온에서 전자 정렬 상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층 사이가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이뤄진 점을 이용하여 수십 나노미터 두께 얇은 박막으로 만들면서 전자정렬 상태와 초전도 현상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 박막에서는 전자정렬 상태가 여전히 유지되면서 동시에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전자정렬이 약할 때 나타나는 양자요동으로 초전도 상태가 유도된다는 기존의 보고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특히 두께를 조절함으로써 전자정렬의 소멸과 그로 인한 양자요동이 없어도 초전도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첫 사례이다.
김태환 교수는 “앞으로 두께 조절을 통해 양자 상전이, 전자정렬과 초전도 상태의 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권위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소개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