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문서가 국민 일상으로 파고든다. 각종 증명서와 고지서, 처방전, 거래 등 디지털 사회 기반을 만든다. 전자문서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든다.
전자문서는 비대면 전환을 위한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김성규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은 “전자문서가 단순한 종이문서 대체를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 산업 간 시너지를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자문서가 아날로그 체제를 자동화, 지능화하는 근간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전환 국면에서 전자문서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나 전자문서 산업 전망과 향후 협회 주요 계획 등을 들어봤다.
대담=이호준 ICT융합부장
-취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협회장으로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지난 1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와 함께 전자문서 산업계에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종이문서 사용에 관한 업무 관행 변화, 비대면 업무 처리 프로세스 정착, 전자문서법 개정을 통한 전자화 문서 법적 효력 강화, 소송 분야에서 전자문서 활용, 전자고지 등이다. 이는 그동안 업계가 바랐던 변화다.
협회는 전자문서 관련 비즈니스 모델과 솔루션 경쟁을 예상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전자문서가 기업에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정착하려면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고려한 디지털화 전략과 실행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회원사 간 경쟁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두는 전자문서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회원사 기술과 솔루션에 관한 정보 공유, 협업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논의 등이 지난해 이뤄졌다.
중소 회원사 솔루션을 묶어서 하나의 서비스로 공동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각 회원사가 개별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구조에서 나아가 협회가 이들 솔루션을 결합, 플랫폼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웨비나를 정기적으로 열고 회원사별 솔루션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솔루션 데이'를 만든 건도 이 일환이다. 공동 사업을 모색하고 이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 운영 중이다.
디지털 산업에서는 전자문서가 기본이다. 협회는 디지털 사회 저변을 만들고 모든 산업을 융합하기 위한 표준화 사업을 추진한다. 표준화가 돼야 전자문서 각 요소를 산업과 유용하게 결합,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 접점을 넓히기 위한 사업도 지속 진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전자문서산업인의 날' 같은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대국민 홍보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언론과도 협업한다. 현장 기업, 소비자, 고객 등 사회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전자문서 비즈니스 콘퍼런스(DBCon)'를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전자신문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비대면 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 산업이 전자문서라는 인식을 확산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자문서 관심도가 높아졌다. 비대면 시대 전자문서 산업 위치와 중요성은 어떠하다고 평가하나.
▲디지털 전환은 시대 숙명이다. 전자문서는 비대면 사회 비즈니스 도구, 소통의 도구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자문서 산업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산업 지원 정책과 함께 낡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수요자 중심 정책을 논의하고 모색해야 한다.
데이터를 담고 있는 전자문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지식 자산이다. 최근에는 전자문서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고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추세다. 고객 소비 패턴을 분석, 연구자가 보고서 전문에서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찾아내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이 나오고 있다.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켜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수요를 충족시킨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전자문서 산업 관련 협회, 기관과 소통해 국제 표준을 만들기 위한 계획도 갖고 있다.
이제 전자문서는 어떤 특정 계층이나 특정 기관,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비대면 사회 기반이 됐다. 전자문서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산업과 협회 역할이 중요해졌다. 협회는 활동을 늘려 정부기관부터 기업, 국민 소비자 모두에게 이 같은 인식이 전달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일반 국민에게 전자문서는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모바일 전자영수증 등 일상생활에도 주로 활용되는 전자문서로는 어떤 것이 있나.
▲일상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뿐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전자세금계산서, 교통 범칙금, 재외국민 가족관계증명서, 자동차 검사 사전 안내서, 국민연금, 수급 안내, 전자수입인지 등이 있다.
행정안전부 민원에도 전자문서 지갑이 도입됐다. 국민 입장에서는 기존 관행대로 계속 종이문서를 쓰는 문화가 남아 있지만 앞으로 정부와 관련 기관, 협회가 적극 홍보해 전자문서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동력을 만들 것이다.
영상과 전자문서로 공증을 처리하는 전자공증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종이문서로만 진행되던 민사, 형사 소송 절차에도 전자문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전자처방전, 부동산 전자계약 등 서비스도 확대됐다. 이 같은 서비스가 국민에게 전파돼 더 많은 국민이 디지털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법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전자문서 중요성이 커지면서 협회 회원사도 늘어났다. 최근 가입한 회원사로는 어떤 곳이 있나.
▲지난해 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는 전년 대비 8%가량 늘었다. 기존에는 솔루션 위주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도 많은 관심을 갖고 협회에 가입하고 있다.
애초 문서 변환 등 각각 솔루션 비즈니스를 갖고 있는 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이 주축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규 회원사로 문서 유통 서비스 업체가 많다. 전자문서 플랫폼을 이용해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능형 문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세운 기업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와 겨뤄보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전자문서를 생성하는 문서작성기 업체인 한글과컴퓨터와 티맥스오피스가 회원사로 가입했다. 이는 전자문서를 사후 관리하는 측면이 아닌 생성(문서편집)단계부터 전자문서로써 효력과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 확산과 함께 전자문서 콘텐츠를 다양한 용도 데이터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류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도 모바일을 활용한 공인전자문서중계 사업으로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와 전자지갑 등 신규 서비스와 시장 창출을 목표로 회원사로 가입했다. 모바일 신기술 기반 이용자 친화적인 전자문서 유통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으로 전자문서 활용 가치가 더해질 전망이다.
기존 회원사로는 전자문서 생성을 하는 포시에스, 페이퍼리스 플랫폼 사업을 하는 KT, 보안 솔루션 업체 에스지에이, 마크애니, 이외에도 유니닥스, 공인전자문서센터를 운영하는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등이 있다. 기존 회원사와 신규 회원사,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면 비대면 사회 기반을 확산하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전자문서는 여러 소프트웨어(SW) 일부 기능 정도로 여겨져 개별 산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 같은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2010년 전자문서 산업 실태조사가 시작됐고 2018년에 통계청이 정식 산업 통계로 승인했다. 전자문서 산업이 국가 정식 데이터로 잡힌 건 3년도 채 안 되는 상황이다. 협회는 국가승인통계를 위해 3~4년간 관계 부처에 건의했고 전자문서 산업 분류 체계, 산업 내 주요 솔루션, 업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전자문서 산업이 활성화하고 발전하려면 다양한 산업과 유기적 관계가 있어야 한다. 협회는 이를 위한 모델을 창출하려고 노력해 왔다. 전자문서가 단순히 종이문서를 대체하는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으로 나아가려면 ICT 융복합이 산업 저변에 확산해야 한다. 협회 회원사는 이 부분을 어떻게 활성화 하느냐를 주요 목표와 과제로 보고 있다. 기존에 부가가치가 낮은 영역에 전자문서 산업이 투입돼 업무를 자동화하는 등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는 역할에 참여하고 기여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자문서는 비대면 근무환경 전제조건으로 인식됐다. 이런 근무환경이 지속되면서 전자문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된 점도 의미가 있다. 단순히 컴퓨터 화면에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전자문서에 포함된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단계까지 왔다.
전자문서가 '문서'라는 인식 변화는 여전히 필요하다. 전자문서는 문서가 아니라 '정보'다. 전자문서법 해설서에 명시된 이메일 해고 판례 등을 살펴봐도 필요한 요건을 갖춘 정보라면 전자문서로 인정한다. 전자문서가 조직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매체로 자리매김하려면 문서라는 개념보다 정보를 담고 있는 매체로 인식해야 한다.
-전자문서는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 성공을 위한 핵심 산업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협력 중인 사업이 있나.
▲협회는 전자문서 사용이 타 산업과 비교해 저조한 산업군(1차 또는 2차 산업)을 대상으로 전자문서를 확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 관련 부처에 건의를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비대면 바우처 사업에서 전자문서는 제외돼 있다. 중소기업이 비대면 서비스를 사용하기 이전에 기업 내부 업무가 우선 전자문서로 전환이 돼야 한다. 내년에는 바우처 사업에 전자문서가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은 ICT 분야 신기술이 중점이기 때문에 실제 데이터와 정보를 담고 있는 전자문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전자문서 산업에 속한 기업이 사업을 이끄는 구조가 아니라 주 사업자 방향에 맞춰 사업이 진행된다. 디지털 뉴딜 정책 사업에서도 전자문서가 중심인 모델이 나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자문서 도입 비율은 어떤가.
▲공공 분야는 100%에 근접한 반면 민간은 약 69% 정도로 추산한다. 현재로서는 전자문서 활용률이 불균형인 셈이다. 데이터 경제로 전환하려면 민간 전자문서 활용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후 데이터 활용을 위한 후속조치가 순차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데이터 경제가 본격화하는 시기는 민간 전자문서 활용률이 80~90%에 근접한 시기로 봐야 한다. 민간과 공공이 전자문서로 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올해 협회 목표는 무엇인가.
▲협회 회원사는 때로 경쟁도 하지만 전자문서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 모였다. 회원사가 더 많은 사업 기회를 가지도록 제반 정책 건의와 공동 사업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자문서 산업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지만 이를 통해 높은 기술 수준과 사용 편의성 대응이라는 노하우를 가졌다. 이는 세계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현재 세계 전자문서 산업은 우리나라가 선제 도입, 해외에서 우리 사례를 도입하는 상황이다.
전자문서 산업 발전은 기업과 국가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전환하는 계기로 연결된다. 국가와 기업 활동이 데이터로 남는 현대 사회에서 전자문서를 문서로 인식하느냐 정보로 인식하느냐는 매우 큰 차이다.
◇김성규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은…
오프라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디지털, 모바일 전환까지 시대 변화에 따른 문서 산업 변화를 지난 30여년간 몸소 겪어왔다.
2004년부터 포스토피아 대표로 재임하고 있으며 한국전산홈 대표, 영경장학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문구의날 지식경제부 장관상, 2010년 정보통신의날 대통령 표창, 2012년 인쇄문화의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3년 중소기업청장상, 2017년 중소기업중앙회장상 등을 수상했다.
1982년 한양대 경제학과, 2009년 한국사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부를 졸업했다. 지난해 2월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에 취임했다.
정리=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