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지구를 제외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체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다. 얼음으로 뒤덮인 유로파 표면 아래로 숨겨진 바다가 존재하고, 그 성분 또한 지구와 유사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가운데 유로파 내부가 얼음 밑 바다의 암석층을 녹여 해저 화산을 형성할 만큼 뜨거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로파도 지구의 해저 열수구 같은 환경을 보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체코 카렐대 마리에 베호운코바 교수연구팀은 컴퓨터 3차원(3D) 모델링을 통해 유로파 해저에서 최근까지 화산 활동이 있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결과를 과학 저널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3D 모델링을 통해 목성의 중력이 유로파 내부에서 열을 생성하고 해저화산 활동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재현했다.
연구팀은 유로파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을 3.5일 주기로 돌면서 강력한 중력 영향을 받아 내부에서 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열이 암석층을 녹여 해저 화산을 만들어 낸다고 분석했다.
공전 주기가 1.7일로 유로파보다 목성에 더 가까이 있는 위성 '이오'는 수백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나오고 화산 가스가 400㎞까지 치솟는 등 목성의 중력으로 인한 화산 활동이 분명하게 포착됐으나 유로파에서도 이런 화산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유로파에 해저 화산이 존재한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저 화산이 지구의 심해 해저의 열수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바닷물이 뜨거운 용암과 만나 화학에너지를 제공하는 데 햇빛이 들지 않는 심해의 생명체는 이 화학에너지를 기반으로 생명활동을 한다.
연구팀은 극지 인근의 고위도 지역을 해저 화산활동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예측했다.
베호운코바 교수는 “연구 결과는 유로파의 얼음 밑 바다가 생명체 출현에 적합한 환경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를 추가하는 것”이라면서 “유로파는 수십억년간 화산 활동을 유지해온 드문 천체 중 하나로, 지구를 제외하면 많은 물과 오래된 에너지원을 가진 유일한 천체일 수도 있다”고 했다.
유로파의 내부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머지 않은 시기에 확인될 전망이다.
NASA는 2024년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 유로파 탐사에 나선다. 유로파 클리퍼는 2030년께 목성에 도착, 궤도를 돌며 수차례 유로파를 근접 비행한다. 위성을 덮은 얼음 표면을 자세히 관측하고 대기 시료를 수집하는 등의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직접 생명체 존재 여부를 탐사하진 않지만 관측을 통해 유로파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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