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본경선 명단에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조경태·주호영·홍문표 의원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최종 결과에 따라 대선 구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신진 소장파 대표 주자인 이 전 최고위원이 대표에 당선될 경우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행에 힘이 실리는 반면, 중진 후보 중 대표가 나오면 야권 연대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앞으로 2주간 진행되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계파 경쟁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로 예비경선을 통과, 4·5선급 중진들과 맞서는 구도가 잡히면서 계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입장도 갈리고 있어 당대표 결과에 대선 전략은 물론 그동안 논의돼 온 야권 단일화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태풍의 눈은 이 전 최고위원이다. 예비경선부터 각종 설문조사에서 1위를 달려오며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대선 구상은 유승민계 약진을 통한 자강론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당 세대교체론을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된 체제에서는 기존 친박계와의 선긋기와 함께 홍준표 의원 복당도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과 진행해 온 야권 단일화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합당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이 전 최고위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다. 국민의당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외관만 청년일뿐 기득권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보다는 그동안 단일화 소통을 해 온 주호영 의원이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나경원 전 의원, 조경태·주호영·홍문표 의원의 중진 후보군은 상반된 대선 공약을 그리고 있다. 이들 4명의 후보는 색은 다르지만, 모두 당의 확장과 통합을 외치며 대선후보 외부 영입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원내대표 시절부터 국민의당과 통합을 추진했던 주호영 의원은 대통합위원회 출범을 계획 중이고, 나경원 전 의원도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충청 대망론을 내세우며 중도세력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조경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통합의 정치를 외치고 있어 야권 연대의 판을 우리공화당까지 넓힐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당 대표 승부는 이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신진 및 초선의 결집과 중진 후보군에서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경선의 경우 당원투표 비중이 50%에서 70%로 늘어나는 만큼 세 결집에 따라 판세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제3지대 형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 대표 결과에 따라 야권 단일화 동력이 약해질 경우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세력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이 예비경선 1위를 했지만, 야권 전체 흡수력은 약한 부분이 있다”며 “세대교체와 야권 통합의 대결구도인 이번 경선 결과에 따라 대선 정국에서의 제3지대 형성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