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8호에서 달 궤도를 돌며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을 목격했던 우주비행사 짐 로벨은 당시를 기억하며 “그 무한한 우주에서 지구는 그저 작은 행성 중의 하나지만 동시에 그 작은 행성에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968년 인류는 직접 우주로 나가서야 지구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사진을 통해 가만히 앉아서도 지구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뉴 스페이스라고 하면 대부분 화성이나 소행성 탐사, 또는 민간 우주여행을 떠올린다. 민간에서 개발·발사·운영하는 지구관측 위성에서 만들어지는 높은 부가가치 공간정보 시장은 잘 알지 못한다. 뉴 스페이스와 지구관측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웬만한 컴퓨터보다 성능 좋은 휴대용 전화가 우리 일상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있듯 소형화된 전자제품들 덕분에 인공위성도 작고 가벼우면서도 고성능화됐다.
위성이 작아지고 제작 및 발사비용이 줄어들면서 민간에서 위성을 대량생산하고 군집으로 운영하면서 공간정보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수십~수백여대 지구관측 위성이 지구궤도를 돌며 촬영해 우주에서 지구를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 역할을 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탐지해 바로 출동할 수 있으며, 아프리카의 가뭄이 가져올 식량난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줄어드는 극지방 빙하를 모니터링하고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이나 태풍 피해를 파악하고 구호팀을 파견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더불어 경기 예측과 주식 투자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중국 주요 항만에서 선적 대기 중인 컨테이너 규모와 출항 선박 수 변화는 중국 제조업 수출경기를 파악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고 기름저장 탱크의 움직이는 지붕 높이에 따른 원유량 변화를 바탕으로 세계 유가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물리적 이동이 제한되면서 직접 가지 않고도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이용해서 건설이나 산업경기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세계 시장은 플래닛 랩스, 아이시아이, 카펠라, 사텔로직, 블랙 스카이 등 민간 주도 초소형·소형 군집위성을 이용한 준실시간 지구관측 정보 서비스가 대세다.
우리나라도 지구 저궤도를 돌며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하는 아리랑 위성 시리즈와 3만6000㎞ 멀리 떨어진 정지궤도에서 상시 한반도 일대를 관측하는 천리안 위성 시리즈가 있다. 지난 3월 국토위성이라는 이름으로 발사된 1호를 시작으로 차세대 중형위성 시리즈가 개발 중이며 무게가 100㎏ 이내인 초소형위성 11기를 띄워 군집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2018년 심의·의결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도전적이고 신뢰성 있는 우주개발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1·2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제작하고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국가 항공우주개발 역량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그 활용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수립된 제2차 위성정보 활용계획에서도 '스마트 위성강국 코리아 2030'을 슬로건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실현하고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미래 혁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의 뉴 스페이스가 구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국가 위성영상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 기회를 확대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뉴 스페이스 시대 지구 관측이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현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선임연구원 hokim@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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