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상진)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이용훈)이 유해물질이나 생체분자 검출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스몰 메소드'에 발표했다.
정주연 기계연 나노공정장비연구실 책임연구원, 이종원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적외선을 쪼여 성분을 분석하는 적외선 분광분석 검출 신호를 기존보다 100배 이상 키우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이 메타물질은 표면에 빛 파장보다 길이가 짧은 초미세구조가 배열된 특수 기능성 물질이다.
적외선 분광분석 검출은 검사 대상 분자가 적외선을 특정 주파수를 흡수하는 특성을 활용해 반사된 빛 패턴으로 성분을 확인하는 기법이다. 검출하려는 물질이 극미량인 경우 검출 신호(빛) 세기 차가 거의 없어 읽어내기 힘들다.
개발 메타물질을 활용하면 메타물질 표면 미세 구조가 빛 에너지를 모았다가 한 번에 분자에 조사해 분자가 흡수하는 빛 세기를 늘려준다. 검출 신호가 증폭돼 작은 양으로도 뚜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메타물질은 금속·절연체·금속을 순서대로 쌓아 위에서 봤을 때 십(十)자 모양으로 만들었다. 절연체 두께를 10나노미터(㎚)로 얇게 만들되 일부 빈 공간을 둬 근접장 노출을 극대화했다. 근접장은 국소 부위에 빛이 머무르는 현상을 뜻한다.
황인용 UNIST 전자공학과 연구원은 “개발 메타물질은 2.8㎚ 두께 단일 분자층 검출 실험에서 36% 반사차이라는 기록적인 검출 신호를 얻었다”며 “단일 분자층 검출 실험에서 최고 기록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개발 메타물질은 대량 제조가 용이한 데다 제조 공정도 경제적이다. 나노 임프린트 공법과 건식 식각 공정만으로 쉽게 제조할 수 있다.
정주연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나노 임프린트 공법을 활용하면 금속·절연체·금속 순으로 얇게 적층한 후 금속과 절연체를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며 “건식 식각 공정을 더하여 미세구조로 배열된 메타물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 UNIST 교수는 “적외선으로 생체분자, 유해물질, 가스 등을 검출하는 센서 기술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