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2>SOC 디지털화

올 예산 1조5100억원 작년의 두 배 가까이 증액
'디지털 트윈' 가상공간서 시험해 현장서 개선
관리 분야별 '민관 협의체' 만들어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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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이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는 시대였다면, 앞으로 100년은 관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SOC가 늙어간다. 고속도로·철도·교량할 것 없이 수십년된 인프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땅꺼짐(싱크홀) 사고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발생할 경우 대형 인명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고다. 지반 침하나 도로 포장 공사 부실로 일어날 수 있지만 지하 시설물 매설시 잘못된 공사나 관리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는 땅꺼짐을 막기 위해 첨단 장비를 동원해 땅꺼짐이 예상되는 구간을 조사한다. 위험 예상 구간을 조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촘촘하게 지하 공간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KT 아현동 지사 화재나 백석역 지하 난방배관 폭발 사고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하 시설물이 언제 어디에 매립돼 있고, 현 상황이 어떤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국민 생활 기반이 되는 인프라(SOC)는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항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지하시설물뿐 아니라 사람의 눈에 드러나지 않고 사람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은 디지털 관리 체계가 유일한 답이다.

[특별기획]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2>SOC 디지털화

◇스마트 SOC

정부는 지난해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SOC 디지털화'를 내세웠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중 가장 국민 생활 안전과 밀접한 과제다. 주요 시설 관리와 예측 정확도를 높여 국민 안전과 편의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통해 SOC 스마트화 예산은 지난 해 8140억원에서 올해 1조501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액됐다. 첨단도로교통체계 5179억원, 자율자동차 상용화 296억원, 철도 스마트 SOC 3116억원, 스마트 공항 구축 68억원, 스마트홍수관리시스템 1800억원 등이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로 스마트 SOC 시계는 빨라졌다. 국가하천 관리시스템은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내년까지 전국에 구축된다. 과거 사람이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했던 배수시설은 실시간 모니터링,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홍수 대응이 가능해진다.

차량에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도 계획보다 앞당겨 올해부터 본사업을 시작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대형 SOC 노후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30년 이후 30년이 넘은 시설물은 전체 시설물의 약 37%로 늘어난다. SOC 유지관리비용은 2007~2011년간 연평균 1조6399억원 수준이었지만 10년도 안돼 매년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투자가 빨랐던 선진국은 이미 SOC 유지 관리체계를 디지털 관리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수년 전부터 해왔다. 미국은 교량 관련 데이터 통합 구축을 위한 '브릿징 빅데이터 프로젝트(Bridging BigData Project)'를 추진 중이다. 2015년에 기획하고 미국 전역을 4개 파트로 구분해 각 지역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을 선정하고 투자를 진행했다.

◇ '디지털 트윈' 디지털로 현실세계 관리

디지털 트윈은 스마트 SOC의 결정체다. 현실을 쌍둥이(트윈)처럼 가상세계로 옮겨 시험하고 관리한다. 디지털 트윈은 3차원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행정·민간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융합한 것을 말한다. 국토·도시문제 해법을 제공하고, 스마트시티·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기본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기반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디지털 트윈의 가장 기본 요소가 되는 3차원 전국 지도 구축을 진행하고 지하공간통합지도지하공동구 지능형 관리시스템도 만든다. 정밀도로지도도 서둘러 완성할 계획이다. 지하공간통합지도는 상·하수도, 통신, 전력, 가스, 열수송, 지하공동구, 지반정보 등 15종의 지하정보를 반영한 3차원 지도다. 그동안 지하시설물은 오류가 많은 2차원 도면 자료 위주로 관리됐다. 통합지도에 들어가는 상·하수도, 전력, 통신, 가스 등 지하시설물 자료를 여러 기관이 각기 관리하고 있는 데다 탐사기술 한계도 있었다. 3차원 스캐너 등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고 지하정보 구축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오류도 줄일 계획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하정보 3차원 DB 구축 프로그램도 개발해 지하공간통합지도 품질을 개선한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핵심 인프라인 정밀도로지도는 국도와 4차로 이상 지방도까지 확대 구축할 예정이다.

디지털 트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전주시와 LX는 시범사업을 통해 △폭염취약지 분석 △건물 안전관리 △산업시설 오염도 측정 △음식물 수거체계 구축 등의 행정서비스를 개선했다.

디지털 트윈을 위한 공간정보와 플랫폼 구축 사업은 활발하지만 데이터 수집과 표준화는 여전히 부족하다. 교량·터널·철로 등 가장 기본이 되는 SOC의 형식이나 공용년수, 환경조건, 손상 유형 등 중장기 유지 관리 데이터가 있어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관리가 가능하다. 행정 서비스 접목을 위해 데이터 표준화도 시급하다.

◇디지털 활성화 위한 민관 생태계 구축 필요

SOC 관리는 국가나 지자체 책임이지만, 스마트 SOC 발전과 관리 효율화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 생태계가 필요하다. 정밀도로지도만 해도 정부가 일일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분야별 민관 협의체가 꾸려지고 있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가 마중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민간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발적인 정부 주도 프로젝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의 파급력 확대를 위해 정부투자가 마중물이 돼 민간 기업 투자가 촉진되고 새로운 기업과 산업의 등장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밀도로지도는 민간과 함께 구축하고 이를 산업계가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정밀도로지도뿐 아니라 SOC 디지털화에서 파생되는 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진 후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 데이터 구축에서도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디지털 지적재조사는 공공과 민간이 경쟁했지만 민간과 공공 시장을 구분하고 공공에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상생 기틀을 마련했다.

전만경 공간정보진흥원장은 “디지털 뉴딜 시대 공간정보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현안들을 해결할 힘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민관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