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필품을 넘어 식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편의점에 고객을 내주면서 매출 감소폭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이들 업체는 편의점에 없는 즉석조리식품 구색을 늘리고 배송 서비스를 강화해 경쟁력 차별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SSM 4사(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레이·GS더프레시·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출은 작년 동월대비 11.7% 감소했다.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매출 감소세다. 1분기에만 13.9% 역신장하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주요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매출이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근거리 판매 채널로서 수혜를 누렸지만, 그런 역기저효과를 감안해도 부진폭이 크다. 특히 1분기 보복소비 흐름에도 불구하고 부실점을 대폭 구조조정한 롯데슈퍼를 제외하고 이마트에브리데이와 GS수퍼마켓(더프레시) 모두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이 같은 SSM의 하락세는 편의점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1분기 매출이 5.1% 늘었다. 같은 기간 SSM은 13.9%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편의점은 매출은 11.6% 늘었고 SSM은 11.7% 줄었다. 두 업태 모두 근거리 소비 거점이라는 공통점을 감안하면 편의점으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됐다.
실제 지난달 SSM의 생활용품 매출이 13.5% 감소할 때 편의점은 11.9% 늘었고, 식품 매출마저 SSM은 11.5% 줄었고 편의점은 15.9% 신장했다. SSM의 주요 매출원인 생필품과 신선식품 구매 수요 상당 부분을 편의점에 빼앗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은 SSM 대비 주거 단지 접근성이 앞선다. 이 같은 입지를 살려 최근에는 가공식품을 넘어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하며 장보기 채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과일과 채소 등 농축수산물을 1~2인용 소용량으로 판매하는 신선식품 통합 브랜드 '세븐팜'을 론칭했다. 전국 주택가 상권 400여 점포를 세븐팜 특화점포로 지정해 전용 코너를 운영하고 연내 점포 수를 1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SM 업체들은 즉석조리식품(델리) 배송 경쟁력을 강화해 부진 타개에 나섰다. 음식 배달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즉석조리한 닭강정과 족발, 회덮밥 등 먹거리 구색을 강화하고,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해 편의점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산이다.
실제 롯데슈퍼는 델리 코너를 강화한 매장을 '프레시앤델리'로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순차적으로 전국 모든 매장을 롯데슈퍼 대신 직관성을 높인 프레시앤델리로 변경할 계획이다. 늘어난 내식 수요를 겨냥한 간편식 먹거리를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배송도 강화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지난 2월부터 전국 253개 직영점에서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GS더프레시도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세미 다크스토어를 도입해 배달 경쟁력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편의점에서 장보는 고객이 늘고 중소 식자재마트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SSM이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근거리 장보기 채널이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즉석조리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