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배터리 업체와 전력기기 업체가 중동 원자력발전 시장 공략을 위해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하 에너테크)과 이화전기는 중동 원전 가동 중단 시 비축한 전력을 꺼내 쓰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동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에너테크와 이화전기는 중동 원전 시장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테크와 이화전기는 경기도 지역에 첫 번째 배터리팩 합작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는 올해 안에 배터리 합작회사(JV)를 설립하고 배터리팩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배터리팩 공장 건설을 통해 중동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배터리팩은 중동지역 원전에 공급되는 배터리 최종 완제품이다.
양사는 중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일종인 원전용 UPS를 공급할 계획이다. UPS는 전력을 비축,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비상 전력공급장치다. 원자력발전소 등 대형 산업체 생산 라인의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가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에너테크가 충주 본사에서 배터리셀을 공급하면 신설 공장에서 셀을 모아 '모듈'을 만들고, 이런 모듈을 여러 개 합쳐 배터리팩을 공급한다.
양사는 공장 건설로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한다. 중동 원전으로의 배터리팩 공급이 장기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양사는 원전 시장 공략을 위한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에 힘을 합친다는 계획이다.
양사가 배터리 합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화전기는 그동안 아랍에미리트(UAE)에 UPS 핵심 부품인 전력변환장치(PCS)를 공급해 왔다. 이와 함께 UPS용 배터리는 국내 대형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배터리팩 공장을 직접 짓고 원전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에너테크는 중대형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다. 특히 대주주가 세계 최대 러시아 원전기업으로, 원전 사업 시너지를 토대로 주력 ESS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기로 중동 원전용 배터리 공급을 위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UPS는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 대형 산업 시설에 전력 단절과 데이터 손실을 막는 데 필요하다. 중동 원전 시장뿐만 아니라 대형 산업체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양사 관계자는 “국내 전문 제조 기업 간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기로 중동 원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