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커스터디 별도법인 추진 잠정 중단...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NH농협금융이 전자결제대행(PG) 업자인 NHN한국사이버결제와 손잡고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을 준비하다 최근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금융지주 사내벤처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커스터디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크게 부각된 시장 리스크를 감안해 전면 재검토에 돌입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올해 초 커스터디 사업을 전담할 1호 사내벤처를 출범시키고 커스터디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 과정에서 PG 사업자인 NHN한국사이버결제(NHN KCP)와 손잡고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커지면서 농협과 NHN한국사이버결제 모두 사업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농협금융은 당초 독립법인으로 운영하려던 사내벤처에서 커스터디 관련 인력을 농협은행으로 재배치했다.

NHN한국사이버결제 관계자는 “다양한 가상자산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농협과 협력을 타진했지만 협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은행권은 가상자산 관련 시장에서 여러 리스크가 부각돼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서비스를 공급하는 은행에 대해 직접 가상자산거래소를 평가하도록 규정하면서 더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됐다. 은행이 자체 평가를 거쳐 기준을 통과한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발급하는데 이후 해당 거래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케이뱅크, 신한은행과 함께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커스터디 사업도 은행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장 벌어들일 수익보다 잠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은행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등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자금세탁 행위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별도 출자한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KDAC)에서,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을 이용해 커스터디 사업에 간접 진출했다. 아직 사업 초기단계지만 한국디지털에셋은 위메이드를 포함해 여러 기관 투자자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도 넥슨 지주사인 NXC 등 여러 고객사를 보유했다.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회사 투자자산 중 하나로 인식하고 이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보관하기 위해 커스터디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하는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와 가상자산 인프라가 유사하다고 보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와 불투명성 때문에 당장 커스터디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