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남매 경영권 분쟁 구지은 완승..."경영 정상화 나선다"

LG에서 계열분리된 식품업체 아워홈 '남매의 난'이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지분 19.3%를 보유한 장녀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사회를 장악했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좌)과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우)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좌)과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우)

아워홈은 4일 주주총회를 열고 구지은 전 대표가 주주 제안한 신규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어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를 통해 구본성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고 구지은 전 대표의 대표이사 선임건을 통과시켰다. 구 전 대표가 아워홈 대표이사에 복귀하는 것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주총에선 지난 2017년 구본성 부회장의 편에 섰던 장녀 구미현씨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당시 구미현씨는 구지은 대표와 차녀인 구명진씨가 구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반대하며 제안한 주총 소집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구 부회장은 대표로 선임될 수 있었다.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부회장이 38.56%로 최대 주주이며 이어 장녀 구미현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를 보유하고 있다. 구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구지은 대표는 20.67% 지분을 갖고 있다.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 편에 서면서 세 자매 지분율은 약 59%를 달한다.

구미현씨가 돌아선 데는 지난 3일 구 부회장의 실형이 선고된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구 부회장은 보복운전 등 혐의로 징역 5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실제 구자학 회장과 이숙희 고문은 구본성 부회장이 보복운정 등 혐의로 기소된 작년 9월 이후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구본성 부회장의 편에 서있던 구미현씨도 이 시기부터 이사회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아워홈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렸지만 내부 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이후 주력 사업인 단체급식과 식자재 납품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대기업 구내식당 규제에 사업 다각화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보다 최소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아워홈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 8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12.5% 줄었고 영업적자 11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또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도 예상된다. 구지은 전 대표가 아워홈에서 보직해임되기 전 경영진과 갈등을 겪었고 2015년 당시 한 해동안 아워홈 CEO가 세 차례 바뀐바 있다. 구 전 대표는 언론을 통해 캘리스코와 아워홈 간 식자재 공급 취소 관련 소송 배경을 두고 임원들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서 구지은 대표 측은 경영 정상화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아워홈이 경영 쇄신과 사업 확대를 위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갈등은 직원들 입장에서 불안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 이미지와 현안을 고려해 내부 동요가 적지 않은 선에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