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존 기업뿐 아니라 창업기업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은 단연코 ESG일 것이다. ESG는 기업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고자 하는 성향을 말한다. 물론 이들 요소는 과거에도 중요하게 강조돼 왔지만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그 중요도가 다시 한번 인식되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ESG를 지향하는 경영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ESG 활동을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실제 친환경 경영, 이해관계와 상생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비용이 유발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평판이 아닐까 싶다.
평판이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넷 등 미디어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된 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NGO가 더욱 늘었다는 점, 전통적인 광고에 부여하던 신뢰가 점차 낮아졌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2014년 문화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문사 수만 4000여개로 달하며 정기간행물 등록수는 1만6043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 1인 매체들 파급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NGO 등록 수 역시 급증하고 있다. UN이 인정한 NGO 개체 수만 하더라도 1980년대 초 1000개가 안되었지만 최근에는 4000개가 넘는다. 이들 NGO는 기후변화, 보건, 인권, 질병, 소비자 안전 등 다양한 문제에 감시자 기능을 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이해관계자 등장은 기업 활동을 보다 면밀하고 신속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당연히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 PR 내용 의존도와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평판 자체를 활용해 기업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라이선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프랜차이즈는 평판을 사는 효과도 있다. 아무런 평판도 형성되지 않은 채 개인 레스토랑을 시작하는 대신, 특정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 신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좋은 평판은 그 자체로 자기예언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예를 들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좋은 평판을 받는 벤처 캐피털 회사나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의 경우, 단순히 그 사람이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 내지 제품은 실제 내용과는 무관하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평판이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
자사 상표를 타사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거두는 방식인 라이선싱 역시 기업이 자신들이 형성한 평판을 이용한 비즈니스 일환이다. 대표적으로 입생로랑과 크리스찬 디올은 각각 300여개, 랄프 로렌과 캘빈클라인은 20개에 자사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뒤 라이선싱 수익을 거두고 있다. 물론 라이선싱을 남발해 손해를 본 기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피에르 가르뎅이다. 피에르 가르뎅은 1950년대 고급 패션회사였다. 하지만 자사 로고를 알람시계, 야구공, 자동차, 담배, 와인 등 다양한 상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스스로 평판과 회사 가치를 훼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명성과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이 하나둘씩 증가하면서 평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평판이 높은 기업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 이름이 높은 기업일수록 혁신이 더 어렵다. 때문에 이들 기업은 작은 신생기업이 그들을 추월하는 동안, 평판에 의존해 타성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가 단순히 합리적인 소비생활만이 아니라 더욱 평판 관리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