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구체적 실행전략 중 하나로 '순환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순환경제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자는 것으로, 경제 성장과 자원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경제모델을 뜻한다. 성장과 절약이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 두 목표 달성을 위한 단초는 '재제조 산업' 활성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재제조란 중고품 단순 재사용이 아니라 중고 제품과 부품을 보수·가공해서 원래의 성능 또는 그 이상으로 복원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는 2016년부터 재제조 분야 표준개발협력기관으로 지정받아 재제조 제품의 품질 관련 국가표준(KS) 개발 업무를 담당해 왔다. 올해부터는 탄소중립 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이슈와 맞물려 자원 사용 최소화 및 폐기물 제로화라는 새로운 목표가 주어졌다. 이를 위해 신제품 대비 70∼80% 이상 에너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품질인증기준 및 기업인증 평가, 심의위원회 구성·운영, 품질인증기준 개발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임 받아 수행하고 있다. 또 관련분야 전문연구기관으로 지정받아 재제조 기술의 기술개발 및 품질의 평가방법 및 기준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재조 기업 육성 및 제도 활성화를 위해 영세한 재제조 기업의 제품 품질경쟁력 제고와 품질인증 취득 지원을 위한 공정·기술 개선 컨설팅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이후 품질인증 취득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며, 최근 5년간 취득 건수가 전체의 40% 수준에 이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재제조라는 용어가 생소하고, 재제조 제품 성능과 품질에 대한 확신이 없는 소비자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2007년부터 국가기술표준원은 세계 최초로 재제조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재제조 제품 품질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재제조분야 기술 우위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재제조 제품들도 제도 운영을 기반으로 세계 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사실상 품질인증을 취득한 재제조 부품의 직접적 수혜 대상은 소비자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의 경우 신품 대비 성능과 품질이 유사하지만 가격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재제조 제품은 신품 가격 대비 30∼80% 수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소비자 비용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것 이상의 경제적 혜택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제품의 유지·보수 비용 및 폐자원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제조공정 중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신품 대비 80% 이상 감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 산업전환을 위한 순환경제 구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와도 부합한다. 재제조 제품은 기존 주력산업의 대외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재제조 제품의 기술 개발과 더불어 소비자가 신뢰하고 제품 품질에 만족하는 재제조 제품 시장 확대 위해 재제조 제품 품질인증제도의 활성화와 관련 산업 육성이 조속히 필요하다. 이런 성과가 탄소중립 산업전환 조기 달성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백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순환경제실장 bspark33@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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