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재활용단체가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환을 내걸고 시장에 뛰어들어 자원순환 구조를 깨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한국재생플라스틱제조업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자원재활용 관련 단체는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규탄했다. 토론회는 안호영·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플라스틱, 페트(PET)병, 고철 등 각 분야 재활용단체가 대거 모였다. ESG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대기업이 재활용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노환 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 부회장은 “SK, 보광그룹, 롯데, LG, 한화, 대림, 코오롱, 네쇼널프라스틱, 쿠첸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것을 넘어 아예 밥상 채 통째로 가지겠다는 방식으로 침탈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준 전국고물상연합회장은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LG화학, 효성, 보광 등 다수의 대기업이 폐플라스틱재활용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재활용 산업의 일정 부분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이미 소각장 등 폐기물 처리업체를 대거 확보한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재활용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폐플라스틱과 페트가 주요 진출 분야다. 산업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물질을 만들어 ESG경영 전환에 큰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현재 단계에서는 대기업의 재활용업 진출 형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 “점진적으로 자본 및 기술투자를 유도해 폐기물처리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상생 및 동반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ESG경영을 목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에게는 중소기업이 처리하기 어려운 폐기물만을 처리하도록 하거나, 대기업 사업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전량 자체 처리하는 경우에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주 의원은 “ESG열풍 속에서 기존 재활용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큰 틀을 담당했던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 생존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면서 “실질적인 제도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