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헐리우드 영화 마블의 엄청난 흥행으로 마블유니버스(Marvel Universe)란 신조어가 탄생한 이후, 우리 생활 여러 분야에서 세계관을 뜻하는 유니버스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최근 홍보와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비롯한 경제, 산업계 전반에서 핵심 키워드로 '메타버스(Metaverse)' 가 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과 세계, 우주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우리의 현실 생활과 비현실 세계가 모두 공존하는 생활형 또는 게임형 가상세계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 하다.
컴퓨터와 콘솔게임으로 모니터를 보며 즐기던 2차원 게임 방식에서 3차원의 체험형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과 확장현실로 형태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일선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되어 메타버스를 이용해 설계와 공정 작업 등 현장에서 보다 입체적이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메타버스 열풍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ICT,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의 개발로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속도를 더욱 더 빨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과 온라인으로 인한 생활 반경 제약, 개인 생활 시간 증대로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온라인 사회 관계망 속에서 개인 존재감과 정체성을 새로이 정립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20년 12월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가상융합플랫폼을 4차 산업혁명의 현장에서 혁신적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천명하였다. 또한 21년 5월 메타버스플랫폼 강화를 위해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키도 하였다. 가상융합기술은 제조업 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가 예상되며, 2025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520조원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는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정보처리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5C” 고유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관, 창작자, 디지털 통화, 일상연장, 연결을 특징으로 온라인 플랫폼 세계에서 편의성과 접근성의 장점을 기반으로 인터넷과 같은 사회 기간망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 유형까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확산 속에서 기존 우리 사회의 윤리적, 법률적, 제도인 규범을 벗어난 부정적 요소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에서 아바타 간 서로 욕설과 함께 싸우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법률적 제재는 어떤 수준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게 되는지, 현행 법률에서 이를 단속한 근거는 있는지, 그리고 가상세계에서 개인 자유의지와 책임이 아닌 외부 요소에 의한 사건과 사고 발생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윤리적, 제도적 문제가 큰 이슈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최근 정부는 이런 인공지능을 비롯한 사이버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통한 윤리 방안 정립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정책적 검토와 대안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것의 배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는 우리 인간, 판단과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인간의 뇌와 관련한 방안은 필수요소로 제기되지는 않는다. 사이버 윤리만을 강조하게 된다면 또다른 유형의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한 현실이다.
물리적 한계를 넘은 새로운 미래 사회공간에서의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고, 또 다른 사회의 긍정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사이버 윤리와 더불어 인간의 근원적 인지 문제와 올바른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러한 제반 연구를 토대로 도덕과 윤리적 가치판단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것이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통상 '신경윤리'라고 부르는데,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 메타버스에서 사이버 윤리 정립과 더불어 신경윤리를 포함하는 통합적인 새로운 윤리규범과 사회적 합의 도출로 건강하고 건전한 온라인 문화 정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법과 제도는 사회발전, 특히 과학기술 발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항상 뒷북만을 친다고 많이 우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작은 개선과 이를 통한 지식과 경험의 축적으로 ICT 강국답게,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글로벌 모범사례를 제시하여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asura@kb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