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유통 업계, 전기차 충전사업 눈독...충전서비스 업체 몸값 '상한가'

국내 복수의 에너지·유통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소 충전서비스 업체 몸값이 오르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충전사업 전망이 밝아지면서 대기업들이 M&A를 통한 시장진입을 타진하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충전시장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기존의 에너지나 유통망과 연계하면 초기 시장 진입에 유리하고 전동화로 전환하는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GS에너지로부터 인수가 확정된 지엔텔 충전사업부 가치가 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엔텔은 자사 충전사업부를 분사한 뒤 지분 최소 51%를 100억원 초반 수준으로 GS에너지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엔텔이 전국에 운영하는 충전기는 완속시설 6000여기와 급속시설 170여기로, 해당 사업부 가치는 2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전력이 서울 용산구 대형 유통매장에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
한국전력이 서울 용산구 대형 유통매장에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

지난해 KT가 6000여기 완속충전기(7㎾) 운영권을 차지비에 매각할 때 거래됐던 16억원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금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엔텔과 충전인프라 규모가 비슷한 C사와 E사, S사 등이 국내 유력 액화석유가스(LPG) 업체와 정유사, 유통 대기업 등과 매각 협상을 벌이거나 지분 투자 등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충전서비스 업체나 해당 사업부 가치는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 대기업과 협상에 들어간 충전 업체 한 대표는 “최근 충전사업자 중에서 대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에서 인수나 지분 투자 문의를 받지 않은 업체가 거의 없다”며 “유통, 에너지 분야 대기업 움직임이 많고 그룹 내 복수 계열사가 같은 사업을 제안하는 일까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충전 업체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충전시설 대부분이 충전서비스 회사 소유가 아니라 충전기가 설치된 아파트 등 부지제공자 소유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충전사업자가 설치한 시설이 접근성이나 소유권 등 문제로 허수가 많아 실제 가치는 떨어질 수 있지만, 전기차 전환 추세가 빨라지고 있어 사업진출을 고민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계속 인수를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