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9월 출범...금융판 흔든다

금융위, 제3 인터넷銀 최종인가
자체 CSS로 '중금리 대출' 공세
카뱅·케뱅과 본격 시장경쟁 예고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오는 9월 정식 출범한다. 토스뱅크는 그동안 소외된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 기반의 중금리 대출 시장 점령에 나선다. 2030세대를 위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무장해 1, 2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토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토스뱅크는 2019년 12월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은 뒤 올해 2월 본인가를 신청했다. 토스뱅크는 9월 말부터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없이 종전 토스 앱을 통해 은행 서비스를 선보인다”면서 “이미 2000만명이 사용하는 토스를 기반으로 초반 은행 고객을 발 빠르게 확보하고, 토스증권·토스인슈어런스 등과의 시너지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고신용 고객은 물론 중·저신용자,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 중기·소상공인, 국내 거주 외국인 등 다양한 사용자들을 고객으로 포용할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과감한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를 제시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금리 대출 목표치를 케이뱅크·카카오뱅크보다 훨씬 높게 잡았다. 토스뱅크는 영업 첫해인 올해 말 중금리 대출 비중을 34.9%로 설정했다. 내년엔 42%, 2023년 말엔 44%까지 늘리기로 했다. 올해 토스뱅크 중금리 대출 계획은 카카오뱅크(20.8%), 케이뱅크(21.5%)보다 10%포인트(P)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토스뱅크' 9월 출범...금융판 흔든다

기존 은행 대출 문턱에서 좌절하던 중·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계층을 겨냥, 공격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토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모형(CSS)도 자체 개발했다. 정보기술(IT) 역량 기반으로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선별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신용평가사(CB사) 데이터에 토스의 방대한 금융·비금융 데이터(대안정보)를 결합,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영업 개시 후 데이터를 지속 보강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고, 예상되는 여러 위험 요인도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낮춰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중금리 대출 부실률은 시중은행 대비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기존 은행이 잡아낼 수 없던 건전성 부문까지 세밀하게 파악하는 등 검증체계를 충분히 거쳤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대해선 “고신용자에게 국한된 서비스만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두 은행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각각 서로 다른 색깔을 보여 줬다”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은 여전히 고객 범위를 제한,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토스뱅크 차별화 전략에 대해선 “고객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고객이 금융 서비스를 고르는 관점에서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짧은 기간이라도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토스뱅크가 금융업계에 다시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17년에 출범하면서 모바일뱅킹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 대형 시중은행도 자사 모바일뱅킹 서비스 등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동반 성장했다.

'토스뱅크' 9월 출범...금융판 흔든다

다만 현재 토스뱅크가 처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은 녹록지 않다. 우선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레이어들이 다각화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 상황이다.

토스뱅크는 기존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간편결제, 보험,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금융 플랫폼과 대결해야 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뱅크샐러드 등이 대표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은 기존 은행들도 부실률 관리 때문에 제대로 손대지 못한 영역”이라면서 “올 하반기엔 종합지급결제업, 마이페이먼트 등 종합금융플랫폼사가 사실상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